안양 땅사기 정보사때와 동일/「안양건」 드러나 「땅사기」 새 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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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호씨 군부대땅 전문사기범/곽수열씨 등 잡혀야 윤곽 나올듯
정보사부지 매각사기사건의 성무건설 정건중·정영진씨 일당은 과연 전합참군무원 김영호씨의 토지사기극에 철저히 속았는가.
검찰수사를 통해 김씨의 또다른 사기행각인 안양군부대땅 매매사건의 진상이 밝혀짐에 따라 이번 사건의 성격 규명이 새 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은 김씨에 의한 안양군부대땅 사기행각의 수법이 ▲원천적으로 불하가 불가능한 군부대땅을 대상으로 했고 ▲국방부 사무실에서 계약을 맺었으며 ▲계약서와 영수증에 국방부장관의 고무인을 찍는 등 정보사부지 매각사기사건과 같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안양땅 사기의 피해자가 성무건설회장 정건중씨의 부인 원유순씨,사장 정영진씨 등 2명으로 정보사부지 매각사기사건의 관련자와 동일집단인 점도 지적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씨가 전형적인 군부대부지대상 전문사기범이며 정씨 일당은 김씨와의 관계에 관한한 피해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김씨가 지난해 1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안양군부대 땅을 놓고 사기극을 벌이려다 실패한 끝에 올해 1월21일과 28일 정보사땅과 안양땅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에 성공했으며,그 피해자가 바로 정씨일당이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따라서 김씨 자신이 전문토지사기꾼인 만큼 구태여 배후세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었다는 논리를 편다.
아울러 전문사기집단으로 알려진 정씨 일당은 김씨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점으로 미뤄 상대적으로 「순진한」 집단으로 파악하는 듯한 인상이다.
검찰은 안양땅 사기사건의 전개과정으로 미뤄 정씨 일당이 김씨에게 정보사부지 매각사기사건을 당한데는 나름대로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있다.
정씨 일당은 토지브로커 박삼화씨를 통해 사옥부지를 물색하던 제일생명에 접근,계약금과 중도금·잔금으로 자금을 확보한뒤 유력인사를 동원해 정보사부지 매매계약을 성사시켜 차액을 챙기고 중원공대 설립,대규모 조합주택건설 등 사업을 벌이려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안양땅에도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등 나름대로 사업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그러나 정씨 일당이 토지브로커인 곽수열·김인수씨 등을 통해 실력자로 소개받은 김영호씨는 이미 1년전부터 안양땅을 상대로 「한건」 하려다 두차례나 실패한뒤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전문사기꾼」이었다는 설명이다.
정씨일당은 육사18기출신으로 군의 토지매각 관련업무를 보았던 김씨가 자신의 국방부 사무실에서 장관고무인이 찍힌 매매계약서를 작성해주자 미처 의심을 품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검찰은 이 때문에 정씨 일당은 1월21일 정보사땅 매매계약을 체결한지 불과 1주일만인 1월28일 또다시 안양땅 매매계약을 맺는 허술함을 보인 것으로 보고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배후없는 단순사기사건으로 결론이 난다.
그러나 검찰의 이같은 분석에도 불구,정씨 일당이 정보사땅 매입대금으로 제일생명이 예치한 예금과 어음 6백60억원중 4백73억원을 빼돌린 부분은 정씨 일당의 사기의도를 명백히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정씨일당이 전문사기꾼인 김씨의 사기극에 희생당한 피해자」라는 검찰의 논리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와 함께 김씨의 경우도 두곳의 군부대 땅을 놓고 단독으로 거의 동시에 매각을 추진한 것은 「단순사기극」으로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와 관련,정건중씨가 검찰 진술에서 『제일생명측 윤 상무도 정보사부지 매각에 관해 국방부 친구를 통해 자체확인 했었다』라고 말한 점을 감안하면 이들 부대매각이 실제 추진됐거나 김씨가 최소한 이동예정군부대의 대외불하 창구역을 맡을 수 있다는 「윗선」의 언질 또는 믿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김씨의 사기극으로 볼 경우 김씨가 해외도피 직전 정씨 일당에게 정보사부지 대금 81억원을 되돌려준 부분에 의문이 생기나 이는 안양땅의 경우 제3의 피해자가 없으나 정보사부지는 제일생명이란 피해자가 있어 돈을 돌려줌으로써 사건이 표면화되는 것을 지연시키려 했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잠적중인 곽수열·김인수씨 등이 나타나야 이들 사기사건에서의 김씨 역할도 상당부분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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