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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국민 대표회담 어떤 결론낼까/공조만 확인… 등원전략은 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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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들어가면 민자 다수전략에 밀린다” 김대중/결심 섰지만 「준여당」시선의식 고민 정주영
14일 저녁 열리는 김대중민주·정주영국민당 대표회담을 앞두고 정치권에 긴장감이 깔려있다.
이 회담에서 국회에 안들어 간다고 버티고 있는 김 대표의 설득이 정 대표에게 먹힐지,반대로 정 대표가 독자노선을 택하겠다고 퉁길지에 따라 국회 정상화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민자당은 정 대표가 즐겨 쓰는 「국리민복」을 내세워 국회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뚝심을 발휘해주길 바라고 있다. 김영삼대표가 『야당등원은 시간문제』라고 바람을 잡고 있는 것은 정 대표를 겨냥한 기대감의 표시다.
김·정 대표는 국회공전이 장기화 되면서 자치단체장 선거의 연내실시 관철에 힘을 합치자는 명분에는 일치했으나 이를 위한 국회전략에는 차이를 보여왔다.
정 대표는 정보사땅 부정사건,단체장선거와 관련한 탄핵문제를 따지기 위해서도 이젠 국회로 복귀하자는 것이고,김 대표는 섣불리 국회에 들어가다가는 민자당에 말려든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김 대표는 정 대표에게 등원쪽의 여론이 우세하다고 덜컥 국회에 들어가다간 김영삼대표에게 이용당할 수 있음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대표가 정보사땅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시사하나 믿기도 힘들뿐더러 설사 국조권 발동이 돼도 민자당의 체질로 보아 하영기제일생명사장 등 의혹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해도 거부할 것이 뻔하다는게 김대중대표의 시각이다.
검찰의 은폐·축소 수사에 「면죄부」(김 대표 표현)줄 일을 국회가 왜 하느냐는 것이며 차라리 야당 합동조사반을 만드는게 낫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의 의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상임위를 구성해 국회를 본궤도에 올려주면 김영삼대표는 정보사땅 사기사건과 단체장 문제를 수시로 초점을 바꿔 헷갈리게 함으로써 양쪽 다 김빠지게 할 것이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초점을 단체장선거 하나에 단선화해 시장·도지사를 안뽑고 대통령선거를 하는 것은 「엑스트라」「부역꾼」으로 동원되는 것이라고 더욱 세게 밀어붙이자는 속셈이다.
정 대표는 지난달 김 대표와의 첫 회담에서 단체장선거 문제의 우선논의와 야권공조를 다짐했으나 국회를 마냥 공전시키는 것은 손해라고 생각해왔다.
국회에 들어가 정보사땅 문제와 관련된 정보수집 능력도 과시하고 김대중대표와 다른 야당대표의 면모를 보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그동안 정 대표는 독자등원의 명분을 삼기위해 여론조사도 했고 사실상 등원채비를 갖추어 왔다. 또 정 대표는 원내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등원을 촉구하는 초선의원들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정 대표는 김 대표에게 여론을 타면서 국회를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야권공조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대표의 고심 못지 않게 정 대표도 막상 혼자만 들어가 민자당과 국회에서 손잡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치않다.
자칫 「준여당」이란 소리도 들을 것 같고 김영삼대표가 김대중대표를 좀더 설득하자며 민자­국민당만의 국회를 열지 않으면 스타일을 구기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당이 13일 『국회정상화로 야권공조 아래서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무조건 독자등원에서 한발 뺀 것은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정 대표가 김영삼대표도 낀 여야 3당 대표회담을 제의하려는 것은 독자공간을 유지하려는 속셈이다. 그러나 3당 대표회담에 대해 김대중대표는 단체장선거 문제가 관철되지 않는한 노 대통령을 포함,누구도 만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이미 정리한바 있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독자 목소리를 내려는 정 대표의 고민을 끝내 외면할 수 있을지,여론압박을 끝까지 견딜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두사람의 회담에선 야권공조의 원칙을 확인하고 의제를 다양하게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등원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면 간격만 드러날 것이므로 두 대표는 두루뭉수리 하게 넘어갈 공산도 있다.
그러나 다음주쯤 국회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정 대표가 강조하면 김 대표는 이를 양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합의사항을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기로 하고,들어가더라도 상임위 구성까지 가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아놓을 것으로 보인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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