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로이드 보험협회/보험금 과중 적자에 신음(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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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연재해­공해보상비로 압박/88년부터 “수렁”작년까지 적자 6조4천억원/회원도 만명이나 떠나 3백5년 전통에 “얼룩”
3백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보험조직 영국 로이드보험협회가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예기치 못한 대규모 자연재해와 공해보상 적출에 따른 거액의 보험금 지급으로 지난 88년부터 적자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협회에서 탈퇴하는 회원이 급증,보험인수 능력도 크게 떨어졌다.
런던의 보험정보서비스회사 차세트사에 따르면 로이드의 88∼91년 4년간 누적적자는 약 42억5천만파운드(한화 약6조4천억원)로 추정되며,올해들어 보험료를 대폭 인상했어도 적자탈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로이드가 이처럼 적자에 허덕이게 된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금년에 대규모 천재지변이 빈발,생각지도 못한 손해보험금을 내놓아야 했다.
지난 87년 가을 유사이래 가장 강력했다는 폭풍우가 유럽을 휘몰아쳤고,89년 A급태풍 허리케인이 미국을 강타했는가 하면,90년초 87년과 엇비슷한 위력의 폭풍이 두차례나 유럽을 휩쓸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안이하게 취급해 왔던 환경파괴 관련보상이 급증했다. 최근 주요고객인 미국기업들이 공해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데다 89년 알래스카 해상에서 원유 대량유출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거액을 날렸다.
로이드는 그동안 『어떤 위험도 감수하며 마지막 하나 남은 셔츠·단추까지도 처분해 보상한다』는 무한책임 원칙에 따라 미국 독립전쟁·워털루전투 등 남들이 꺼리는 보험도 시원스레 받아들여 성가를 높였다.
또 최근 사망한 독일 출신의 세계적 여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다리에 대한 손해보험도 인수,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재해 및 공해피해보상 다발로 이제 이 원칙은 거꾸로 액물이 돼버렸다.
개인회원들이 주로 신디케이트를 구성해 보험을 인수하고 이들이 개인자산으로 보험금을 지불하는 특수한 조직인 로이드는 따라서 무한책임제에 공포를 느낀 회원들의 이탈로 몸살을 앓고있다.
88년 3만2천여명에 달했던 회원이 현재 2만2천여명으로 급감,보험인수 능력과 신뢰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적자→회원탈퇴→적자증가→회원탈퇴 가속」이란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로이드는 최근 이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자존심을 걸고 지켜온 대원칙의 하나인 무한책임제를 파기,보험금 지급에 한도를 두기로 했다.
또 개인회원제도 포기,문호를 기업 등 법인에도 개방할 방침이다.
만약 이같은 개혁이 실패할 경우 그동안 로이드에 의존해온 세계의 보험시장은 대혼란을 일으킬 것이 확실한만큼 로이드 재기여부에 쏠리는 관심은 비상하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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