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에 남북한 철도 달릴 실향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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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치의 오차도 없도록 온 신경을 집중해 운전하겠습니다."

17일로 예정된 경의선 남북철도 연결구간의 시험운행을 책임질 기관사로 신장철(55.서울기관차 승무사업소.사진)씨가 선정됐다. 남북간 경의선 철도운행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6월 중단된 이후 56년 만이다.

신씨는 17일 문산역을 출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개성역까지 열차를 운행하게 된다. 한국철도공사는 14일 "풍부한 기관사 경험과 운전경력을 인정해 선발했다"고 발표했다.

신씨는 아버지 고향이 황해도 평산으로 한국전쟁 때 피난와 파주에 정착한 월남가족이다. 부인 허인애(52)씨 역시 부모의 고향이 북한이다.

신씨는 "친지분들이 모일 때면 고향얘기를 나누며 무척 그리워했다"며 "부모님과 친지를 대신해 고향땅의 일부라도 밟게돼 조금이나마 그분들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공업고등학교 재학 시절 분단된 경의선 열차로 통학했던 신씨는 졸업 후 철도전문교육기관(철도전수부)을 거쳐 1971년 청량리 기관차사무소 부기관사로 발령받았다.

1980년에 기관사가 됐으며 1999년에는 100만㎞ 무사고 운전기록을 세웠다. 현재까지 무사고 기록 128만㎞의 베테랑 기관사다. 신씨는 지난해 5월 시험운행을 앞두고도 기관사로 선정됐으나 운행이 무산되는 바람에 꼬박 1년을 더 기다렸다.

그는 "지난 달 경의선 도라산~군사분계선 구간을 사전점검차 운전을 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시험운행이 정기 운행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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