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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가톨릭, 교황 방문 뒤 부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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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에서 바티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가톨릭 신도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으며 낙태 허용, 콘돔 사용 등 가톨릭의 가치를 무시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이런 가운데 교황 베네틱토 16세가 남미 가톨릭의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9~14일 브라질을 방문했다. 교황은 13일 열린 제5회 중남미.카리브 가톨릭 주교회의 개막식 연설에서 "수세기 동안 가톨릭은 브라질의 삶과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나 최근 세속주의와 쾌락주의, 무관심 때문에 가톨릭의 정체성이 위기에 처했다"며 "가톨릭 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교황이 브라질을 방문하기에 앞서 10일 "'교황 벤토(Bento.베네딕토의 브라질식 축약형) 16세의 단호한 태도가 남미 가톨릭 주류와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교도통신은 14일 "대부분의 신학자가 가톨릭이 현대화하지 못해 영향력을 잃고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 베네딕토 교황은 세속주의에 책임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 가톨릭 지고, 개신교 뜨고=남미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11억 명)의 40%를 차지하며, 브라질의 가톨릭 신자 수는 1억2980만 명에 달한다. AP통신에 따르면 1940년에는 국민의 95%가 가톨릭이었으나 80년에 89%, 2000년에는 74%로 줄었다. 반면 개신교 복음주의(evangelical)가 세력을 확장했다. 80년 7%에 불과했던 개신교 비율은 2000년에는 15%로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빈민지역에서 더욱 뚜렷하다. 리우데자네이루 저소득 밀집지역의 37%는 개신교 복음주의자이고, 가톨릭 비율은 41%로 떨어졌다.

FT는 "개신교 신자들이 교회에 내는 십일조가 교회-신도 관계를 굳건히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탄탄한 재정 덕에 신자 1명당 성직자 수가 가톨릭의 18배가 넘고, 공공 서비스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더 적극적인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가톨릭의 가치에 반대=특히 남미의 가톨릭 신자들은 피임과 혼전 성관계, 낙태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톨신자 중 콘돔 사용을 선호하는 이들이 96%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또 브라질 정부는 에이즈 예방 홍보를 위해 수백만 개의 콘돔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반면 교황은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을 파문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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