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씨 과연 조연인가/앞뒤 안맞는 본인의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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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도장 찍고도 “사기 몰랐다” 납득안가/원유순씨와는 오랜 거래관계 흔적/배후세력의 대리인 역할 가능성도
정보사부지 매각사기사건에서 전합참군사연구실 자료과장 김영호씨(52)의 역할은 무엇인가.
김씨는 현재까지 자신은 이 사건의 주연이 아니며 사기단 일당이 마련해 놓은 시나리오의 조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같은 진술의 상당부분이 거짓이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의혹을 더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김씨가 정건중씨 일당이 제일생명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극 진행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한 대목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김씨는 정씨 등이 지난해 12월23일 제일생명과 정보자부지 매매약정을 맺은 뒤인 1월21일 정씨 일당이 준비해온 국방부장관 고무인이 찍힌 매매계약서에 자신의 도장을 찍어주었음에도 5월 제일생명 윤성식상무(51)를 만나기 전까지는 제일생명을 대상으로한 사기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정씨 등을 알게된 것도 지난해 12월말 임모씨를 통해서였다고 말해 자신이 정씨 등이 마련해 놓은 시나리오의 「조연」에 불과했다는 인상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김씨가 지난해 11월 정건중씨와 공모해 모언론사를 상대로 안양시 석수동소재 육군 모부대부지 2만8천평을 2백50억원에 팔려했던 사실도 드러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는 양측이 지난해 12월 이전에 상당히 긴밀한 거래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당시 정씨가 설립추진위원장으로 있는 중원공대재단 관계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모언론사를 찾아와 「국방부 김영호」와 재단이 각각 매도·매수인으로 돼있는 군부대부지 매매계약서를 보여주며 매매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또 김씨가 매매계약서 작성때 사례금 5억원과 함께 76억5천만원을 계약금조로 받았다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씨는 정씨일당이 사기행위에 가담한 반대급부로 사례금외에 굳이 계약금을 준 것은 유사시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씨 등이 「계약금」을 준 것은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기 위한 예비단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단순한 사기계약 문서인 양측의 매매계약서는 사실상 실제적인 효력을 지닌 「진정한 문서」의 구실을 한다는 전제로 작성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이 경우 김씨는 특정배후세력과 정씨측을 잇는 연결고리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명우씨는 검찰에서 매매계약서 체결때 김씨가 군 상층부를 거론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씨와 정건중씨 부인 원유순씨(49)의 관계도 의문투성이다.
김씨는 4월10일께 원씨에게 유치원 운영자금으로 4억4천만원을 빌려주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원씨와는 오래전부터 모종의 거래관계를 맺어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결국 김씨는 우연히 정씨 일당의 사기극에 끌려들어간 것이 아니라 지난해 12월23일 체결된 정씨 일당과 제일생명의 토지매매약정 내용까지 알고 배후세력의 대리인으로서 적극적으로 협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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