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따사로운 5월 손쉽게 행복해지는 방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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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10면

내가 ‘녀석’과 친해진 건 중학생 때 등ㆍ하굣길에서다. 처음엔 버스 회수권을 아끼려고 녀석과 친해지기로 했었다. 빌붙어 얄팍한 호주머니 사정을 해결할 요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경제적 도움만 주는 게 아니었다. 함께하면 할수록 심장이 강건해지고 뇌가 경쾌해지는 걸 느꼈다. 마음 속에 거센 바람이 몰아치던 시절에 평온함을 선사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 시절, 난 시인(詩人)을 꿈꿨다. 하루 왕복 한 시간 반 가량을 녀석과 함께하며 시상(詩想)에 잠기곤 했다. 거리의 휴지 조각도, 이름 없는 들풀도 어떤 의미가 되곤 했다. 어느 시인이 영감을 얻기 위해 평생 한 여자를 마음에 품었다고 했던가. 나도 어느 새 녀석이 없으면 아무런 시어도 떠올리지 못하는 존재가 돼 가고 있었다.

중학생 아들이 있을 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녀석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 한 언론계 선배는 “담배를 꼬나물어야 글이 나간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런데 난 녀석을 곁에 두지 않으면 기삿거리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세상만사를 다루기가 힘에 버거워 불행하다고 느낄 때마다 녀석을 찾기도 한다. 반시간 정도만 함께하면 과거의 회한과 미래의 불안감이 사라지고 현재의 행복만 남게 된다. 녀석의 존재 가치를 나만 높이 평가하는 건 아니다. 몇 년 전 내한한 틱낫한 스님은 녀석을 통해 심신을 가다듬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고 했다. 행선(行禪)이라나. 사람들은 녀석을 ‘걷기’라고 간단히 부를지 모르지만 내겐 그 이상의 무엇이다.

5월에 유난히 걷기 행사가 많이 열린다. 따사로운 햇볕과 싱그러운 녹음이 사방천지에 펼쳐지는 풍광이 걷기와 궁합이 맞기 때문이리라. 특히 이번 주말 청계천 광장에서 여러 국가, 인종이 동참하는 행사(BBB 국제걷기대회)가 계획돼 있다. 주머니 속에 조약돌 하나를 만지작거리며 천천히 청계천변을 걸어보자. 마음 속에서 행복의 씨앗이 싹트는 걸 느낄 수 있으리라.
 

▶지난 주
10일 서울대 ‘2008학년도 입학전형 설명자료’ 공개=정시모집 합격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능 등급 점수가 인문계 148점, 자연계 133점이 될 것으로 분석.
11일 2008학년도 의ㆍ치학전문대학원 선발 계획 발표=선발 인원은 총 1260명(의학 840명, 치의학 420명). 신입생 선발을 위한 입문검사는 8월 26일 실시됨.
 
▶이번 주
14~25일 오세훈 서울시장, 미국ㆍ터키ㆍ독일 순방
14일 2007 고입ㆍ고졸 검정고시 합격자 발표
15일 제26회 스승의 날=전국 8278개 초ㆍ중ㆍ고 가운데 47%가 촌지 수수를 막는다는 이유로 휴업할 예정 
17~23일 제4회 서울환경영화제(CGV상암)
19일 제1회 BBB 국제걷기대회=오전 9시부터 낮 12시30분까지 청계광장~오간수교~청계광장(왕복 5.8㎞), 참가비 1만원, 신청마감 15일(선착순), 홈페이지(www.bbb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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