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오토바이’ 시속 80km 아찔한 질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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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02면

장난감으로 팔리고 있는 미니 오토바이가 거리를 질주하고 있는 모습. 신인섭 기자

대학생 박모(23ㆍ서울 봉천동)씨는 얼마 전 인터넷으로 중국산 ‘미니 오토바이’를 80만원을 주고 샀다. 미국의 할리데이비슨을 본뜬 축소 품이었다. 그러나 도로에서 처음 타던 날 시속 70㎞로 달리던 오토바이가 주저앉는 바람에 박씨는 갈비뼈 두 대가 나갔다.

배기량 49cc로 法 교묘히 피해 … 중국산 매년 수만 대 수입

장난감으로 분류된 미니 오토바이가 버젓이 도로를 활개치고 있다. 배기량 50㏄ 미만인 미니 오토바이는 높이 0.5~1m에 길이 1.5m로 앙증맞은 모습에 연료비도 적어 젊은 층에 인기다. 그러나 50~80㎞로 달리는 오토바이인데도 장난감이라는 이유로 각종 검사를 받지 않은 제품이 많아 ‘안전 사각지대’다.

도로 주행이 가능한 오토바이가 이같이 장난감으로 분류된 까닭은 뭘까. 원래 50㏄ 미만의 오토바이라도 ‘일반차량’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60만원에 이르는 배출가스 인증 검사가 수입업자에게는 부담이다. 더구나 관세청은 수입 분류표에 소형 스쿠터를 완구 목록으로 정해 놓았다. 이 때문에 검사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업자들이 49cc 오토바이를 완구라며 편법 신고한다는 것. 이에 따라 정식으로 수입된 중국산 미니 오토바이는 지난해 기준 2만여 대(관세청 자료)뿐이지만 장난감으로 수입된 것도 이에 못지않게 많다는 것이 업계의 귀띔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식 수입된 것은 200만원 안팎에, 장난감이라는 명목으로 수입된 것은 100만원 안팎에 팔린다. A 인터넷 업체 사장은 “고객에게 ‘완구로 분류된 것이라 도로에서 타면 안 된다’고 하지만 지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의 유기현 연구원은 “50cc 미만은 성능시험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고, 책임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없어 악용되고 있다”고 했다. 자동차 등록을 관리하는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50cc 미만의 오토바이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며 “규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상황이 바뀔 때마다 1cc씩 기준을 내릴 수야 없지 않느냐”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도 “원동기장치자전거(오토바이) 면허만 있으면 125cc 미만은 어떤 차량이든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다”며 “헬멧 등을 쓰기만 하면 도로교통법에 관련 규정이 없어 단속을 못한다”고 했다. 경찰ㆍ관세청ㆍ건교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법원은 대기환경보전법상 50cc 미만도 이륜자동차이므로 환경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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