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나 버려지는 빈깡통”(자,이제는…:1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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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교생 차군 5천개 주워
「깡통박사」.
서울 도곡동 언주국민학교 4학년인 차재호군(11)의 별명이다.
학교나 집근처,그리고 인근 공원 등에서 빈깡통만 보이면 줍고,어떠게 알루미늄캔이고 철제캔인지 척척 구별해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창피해서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환경보전도 하고 용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이제는 오히려 자랑스러워요.』
차군은 1년전쯤 빈 알루미늄 깡통을 모으면 10원을 준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난후부터 빈 깡통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요일 오후에는 근처에 있는 양재시민공원으로 가요. 거기에는 놀러온 사람들이 버리고 간 빈 깡통들이 많거든요. 주위에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마음속으로 「여기도 10원이 있고 저기에도 10원이 있군」 하고 생각하면서 줍지요.』
차군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깡통속에 담배꽁초를 넣어 버리는 어른들이다.
차군이 지금까지 주운 알루미늄 깡통은 모두 5천여개로 그동안 번 용돈은 모두 4만5천원정도.
지난 일요일에는 아예 아버지(차인환·45·사업) 어머니(임혜숙·41) 형(재강·13) 등 온 가족이 면장갑과 집게를 들고 양재공원으로 나가 야유회를 마친 사람들이 버리고 간 빈깡통을 20㎏들이 쌀자루로 2개나 모아왔다.
재건대원이 사라진 지금 차군 가족은 재건대원을 자처하며 「환경가족」으로 나선 셈이다.
『어른들은 말끝마다 돈,돈 하면서 거리에 널려진 동전을 주울 생각도 않고 버려요. 깡통줍기를 하면 환경도 깨끗해지고 돈도 벌 수 있는데….』
「공원에서 동전줍기」라는 제목으로 제20회 환경의 날 생활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힌 차군의 작은 바람이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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