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국가경쟁력이 올랐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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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 3단계 올랐으니 좋아할 사람 많겠네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10일 발표한 2007 국가경쟁력 보고서 취재를 위해 연락한 한 국책연구소의 연구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물론 지난해에 비해 3단계 상승한 것은 떨어진 것보다는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좋아하기만 할 수 있을까. 4개의 평가 항목 중 특히 경제 운용 성과 부문의 순위가 13단계나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제자리걸음이란 표현이 오히려 정확할 듯하다.

순위도 들쭉날쭉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2003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의 경쟁력 순위는 32→31→27→32→29위로, 위아래를 반복했다. 차라리 낮은 순위에서부터 출발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만 못하다.

반면 중국은 어떤가. 전체 순위에서 15위로 우리나라를 한참 앞섰으며 최근 2년 새 무려 14단계나 올랐다. 특히 경쟁력 순위를 구성하는 4개 항목 모두 올랐고, 우리가 49위를 차지한 경제 운용 성과 부문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정부 행정 효율성 분야에서는 8위를 차지, 우리(31위)를 저만치 따돌리고 있다. 우리보다 한 수 낮게 평가받는다는 첨단 기술 제품의 수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중국은 인구 등 모든 면에서 우리와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대국이다. 하지만 우리는 제자리걸음, 중국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요즘 개혁 열풍이 거세다. 최근 들어 '선택과 집중' 정책으로 가고 있는데, 정치 개혁보다는 경제력에 온 힘을 쏟고 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른바 '효율적 국력 신장'이 중국이 내건 슬로건이다.

그러나 중국과 비교한 우리의 현주소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세부 항목에서 외국인 직접투자(49위), 교역 조건(48위) 등은 하위권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는 전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게다가 노사 관계(55위), 회계감사 관행(51위)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유력 외국 언론들도 "한국은 잘못된 노사 관계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수차례 언급하지 않았던가. 회계감사 부문에서조차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성적표는 너무 형편없다.

올 3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적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이 아시아의 성공적 경제 모델에서 때 이른 '중년의 위기'에 빠졌다. 한국 경제는 현재 위기 상황이지만 노무현 정부는 이를 해결할 비전과 용기가 없다."

염태정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