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소세 연평균 13% ↑ 소득 증가율의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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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주부 김영미(37)씨는 남편의 월급 명세서를 보면 괜히 화가 치민다. 4월에 낸 갑근세가 51만원, 건강보험료가 11만원이다. 여기에다 아이의 영어학원비가 한 달에 20만원, 미술학원은 12만원이 든다. 김씨는 "세금 내랴, 학원비 내랴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도시 근로자의 교육비 지출 비중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또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정부의 중장기 조세개혁 방향과 달리 근로소득세 부담도 계속 늘고 있다.

◆ 물가가 오르면 세금 부담도 늘어=10일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주의 근로소득은 1998년 1685만원에서 2005년 2545만원으로 연평균 6.07% 증가했다. 반면 근로소득세액은 같은 기간 52만원에서 123만원으로 연평균 13.09% 올랐다. 세금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의 두 배에 달한 것이다. 각종 공제를 제외하고 실제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세율을 말하는 유효세율도 같은 기간 1.81%에서 2.61%로 높아졌다.

이런 현상은 물가상승에 따라 명목소득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각종 공제를 확대하고 세율도 인하했지만 소득별로 근로세율을 다르게 매기는 과표구간을 96년 이후 조정하지 않아 소득세 부담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예산정책처는 해결책으로 소득세 과표구간의 기준금액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제안했다. 전승훈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물가가 오르는 만큼 소득세 과표구간이나 각종 공제 기준을 연동시켜 조정해야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이미 미국.영국.캐나다.뉴질랜드가 물가연동제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예산정책처는 '과표구간을 단순 상향 조정하면 고소득 자영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재경부의 입장도 반박했다. 전 분석관은 "문제는 자영업자 소득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자영업자 소득을 현실화하고 근로자 공제제도를 정비해야 세율은 낮추고 세원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 교육비 지출 사상 최고=통계청의 '2007년 1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도시근로자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소비지출 244만6000원 가운데 교육비가 34만5000원으로 14.1%를 차지했다. 이는 도시근로자 가구의 교육비 비중 통계가 작성된 74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자녀 수는 줄고 있는데 교육비 비중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교육비 비중은 1분기 기준으로 2002년 13.3%에서 2003년 13%로 감소한 뒤 2004년 13.8%, 2005년 13.9%, 2006년 14% 등으로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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