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가 걱정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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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 하반기 경제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대통령선거로 인한 정치쪽의 경제적 부담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국제원유가의 심상찮은 인상움직임이 높은 석유의존도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의 생산·소비구조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이밖에도 깊은 수렁에서 언제 헤어날지 모르는 증시,여러 업종에 걸쳐 쌓여만 가는 재고,기업의 무거운 금융비용 부담과 경영의 부실,그리고 중소기업의 도산 급증 등 서둘러 손을 써야할 당면 과제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처럼 긴급 현안들이 산적해 있음을 보면서 상반기의 마감이 눈앞에 닥쳤는데도 정부가 예년과는 달리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의 작성과 발표에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반기에 물가상승폭이 다소 낮아지고 국제수지가 약간 개선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자랑삼기에는 아직도 힘겹게 대처해 나가야 할 난제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누구보다 정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현 정권의 경제적 소임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해당하는 하반기의 경제운용계획이 조속히 제시되기를 바라면서 하반기 경제운용에서 특별히 중시돼야할 정책적 고려사항들을 강조해두고자 한다.
그 첫번째가 정치권의 선거열풍으로부터 경제를 보호하는 일이다. 여당과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모두 이번의 대선출전을 마지막 도전기회로 판단할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연말의 대통령선거가 과거 어느때보다 격렬한 대접전으로 치닫게 되고 그로 인한 후유증도 매우 심각할 것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 와중에서 정부의 경제시책이 극단적인 인기주의로 흐르고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집단들의 요구를 분별없이 수용,정책의 표류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에 국민들의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경제의 탈정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구체적 실천방안들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상반기의 마지막 달에 단행된 국내 유가의 대폭 인상조치와 앞으로의 환율상승에 대한 예상이 벌써부터 인플레 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이로 인한 물가상승 효과를 분명히 상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물가억제 수단들을 개발·제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은이 이미 권고한 재정긴축의 노력은 절대로 빼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끝으로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거듭 밝혀온 각종 시책들은 중단없이 추진돼야 한다. 시책의 성과들이 차기대통령의 집권기에야 나타난다는 얄팍한 계산때문에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중장기 노력이 생색위주의 단기성 시책에 밀려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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