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일본 강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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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지영씨(上)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일본에서 번역돼 이달 말 출간된다(下).

중앙일보에 가족소설 '즐거운 나의 집'을 연재 중인 소설가 공지영(44)씨를 놓고 일본 주요 언론들이 인터뷰 각축전에 들어갔다. 한국 작가에 대한 전례없는 경쟁적 관심이다. 공지영발(發) '문학 한류'의 열도 점령 가능성마저 점쳐지는 이유다.

공씨는 9일 오전 일본으로 출국했다. 11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고의 문학 출판 브랜드 신초사(新潮社)의 초청을 받고서다. 신초사는 공씨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행시)'을 이달 말 번역 출간한다.

공씨의 체류 일정은 11일까지. 사흘간 공식 인터뷰만 11개가 잡혀 있다. 아사히.마이니치 등 주요 일간지와 니혼TV, 문예춘추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요미우리신문.교도통신 등 4~5개 언론사가 뒤늦게 인터뷰를 요청한 상태다. 10일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7~8개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공씨에 대한 이 같은 일본 언론의 뜨거운 반응은 서양 베스트셀러 저자와 맞먹는 수준이다. 신초사 측은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공씨의 일정은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앨런 피즈 등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알려왔다. 크라이튼은 영화 '주라기 공원'의 원작자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인 의학 스릴러 작가이며, 피즈는 전 세계 33개국에서 1200만 부가 넘게 팔린 애정 심리서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의 저자다.

신초사 측은 '우행시'에 대해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이자 숭고한 철학 소설"이라며 "세밀한 취재, 끝까지 생각하게 하는 줄거리,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문체 등 작가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주옥 같은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소설의 초판 발행부수는 7000부. 일본에서 해외 문학 발행 부수로 최고 수준이다.

신초사는 또 "한국의 베스트셀러 작가면서 어머니로서 과감하게 살고 있는 공씨를 일본 매스컴은 주목하고 있다"며 "'우행시'를 계기로 훌륭한 한국 문학이 일본에 소개될 수 있다면 새로운 한류 붐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초사는 이어 "일본에서 한국 문학 히트작이 나오지 않았던 건 일본인에게 관심이 없는 테마였거나 출판사 판매 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번엔 공씨가 일본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씨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공씨가 다음달 말께 일본에서 개봉되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원작자란 사실도 작용한 결과다. 신초사는 "지난달 도쿄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 100여 명이 모두 울어 눈이 벌겋게 된 채 돌아갔다"고 전했다. 그 감동과 쇼크가 책으로 이어질 것으로 출판사는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공씨의 인터뷰 일정 중 세 건은 '우행시'의 감독 송해성씨와 합동 인터뷰로 진행된다.

신초사는 본지에 절찬리 연재 중인 공씨의 가족소설 '즐거운 나의 집'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신초사 측은 "한국에서 공씨의 신문 연재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소설 출간을)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공씨의 소설을 일본에 알리는 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연재 두 달을 갓 넘긴 '즐거운 나의 집'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국내 제작사는 현재 네 곳이며, '즐거운 나의 집'을 자신의 블로그에 내려받아 연재하는 네티즌도 수두룩하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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