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대국 외교에 총력 동남아 맹주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베트남이 동남아를 넘어 세계 무대로 나서고 있다. 지도자들이 미국과 중국.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은 물론이고 멀리 남미까지 나가 외교력을 키우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역내에서는 동남아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 지도부는 외교에 총력=베트남 응우옌민찌엣 국가주석은 15~18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첫 중국 방문이다. 다음달에는 통일 베트남 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하반기에는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다. 1975년 베트남 전쟁 종식 이후 국가수반이 한꺼번에 주변 3개국을 방문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올 하반기에는 공산당 농득마인 서기장이 브라질 등 남미 국가 공식 방문에 나선다. 베트남 지도자의 남미 방문 역시 처음이다. 응우옌떤중 총리도 하반기에 한국 등 아시아 국가 방문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지도부의 해외방문은 이전보다 20% 이상 늘었다.

◆ 외교력 강화와 투자 유치=베트남 외교부 관계자는 9일 찌엣 주석의 주변 강대국 방문에 대해 "우호를 증진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베트남의 대표적 국제경제학자 쩐두리찌는 "주석의 해외방문 목적은 외교력을 강화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8%대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찌엣 주석은 방중 기간에 중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석유 공동 탐사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물론 양국이 아직도 확정하지 못한 국경문제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이다.

미국과는 베트남 인권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미국과 베트남은 현재 '불편한 관계'다. 워싱턴이 4월 반체제 인사를 무차별 투옥하고 있다며 베트남 정부에 인권문제를 강하게 거론했기 때문이다. 찌엣 주석은 부시 대통령에게 인권문제 개선을 약속하면서 양국 군사 및 경제교류 확대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문은 경제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 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최근 증가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중부 나짱 인근에 수십만 평 규모의 일본기업 전용단지 조성 계획을 확정했다.

찌엣 주석은 방일 기간 중 기업인들을 따로 만나 일본기업 우대 방침을 자세히 설명하고 투자를 요청할 예정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