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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 정부 “믿을 건 유엔뿐”/전택원특파원 프놈펜서 3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0개국 보병 5천여명 12개지역 할당/일 참여 이후에나 복구사업 활기 띨 듯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동원한 유엔이 캄보디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더이상 희망이 없다.』
프놈펜에서 만난 캄보디아 외교부의 한 관리는 『우리는 지금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처해 있다』면서 유엔에 대한 기대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유엔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UNTAC)의 평화유지활동(PKO)에는 군인신분인 유엔평화유지군(PKF)이 29개국에서 1만3백1명,일반인 신분인 경찰이 24개국 1천명이 와있고 이밖에 약간의 행정관료 요원들도 있다.
PKF는 보병·공군·해군·통신·공병·의무 등 13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보병의 경우 10개국 5천여명이 UNTAC의 배치계획에 따라 캄보디아 전역을 12개지역으로 나누어 책임구역을 할당받았으며 앞으로 1만명이 추가될 예정이다.
PKF 가운데는 과거 종주국이었던 프랑스가 1천1백83명,인도 1천1백84명,파키스탄 1천64명,방글라데시가 9백20명 등을 각각 파견했다.
이에 반해 벨기에 아르헨티나·세네갈 등은 고작 2명씩을 보냈으며 덴마크는 이름만 걸어놓은 상태.
중국은 공병대 3백99명을 보내 지난 5월 중순부터 프놈펜 국제공항 정비와 도로·교량건설에 참가하고 있다.
이같은 각국의 활동에 대해 캄보디아 관료들은 『정신적으로나 감사할뿐』이라는 반응이다.
도로 몇군데 손질하는 것은 캄보디아의 극심한 빈곤과 대규모 파괴상황에 비추면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정부관리들이 『우리는 일본의 PKO 참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는 캄보디아인들이 일본에 대해 어느 정도로 기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역사는 과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경제력이 우월한 일본이 결코 군국주의화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놈펜 상공부의 한 관리는 확신을 갖고 말했다.
UNTAC는 오는 10월까지 매설지뢰제거 작업과 국경지역의 난민귀환사업을 끝낼 계획이다.
내년 총선을 위한 이같은 중요한 사전준비작업은 그러나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예산이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캄보디아 정부는 현재 UNTAC의 호주머니사정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캄보디아정부는 최근 복구 경비를 당초 20억달러 이상에서 16억내지 17억달러선으로 축소조정했다.
캄보디아 재건사업은 일본이 UNTAC에 기금을 보내고 오는 9월 PKF 참여 자위대병력을 파견,10월부터 활동이 본격화될 경우 캄보디아 전후복구사업은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PKO영역은 병참·선거감시·휴전감시 등으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UNTAC대표 아카시 야스시(명석강)의 발표에 지나지 않아 일본의 활동범위는 아직도 불분명한 상태다.
캄보디아의 오늘은 「외부의 도움」이건,「외세의 개입」이건 상관할 겨를 없이 화전양면에서 외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같은 캄보디아의 분위기는 일본에 전면적인 활동공간을 제공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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