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경쟁 삼파전이 바람직(성병욱칼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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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나라의 역대 직선대통령 선거양상은 1.5파전,2파전,다파전으로 변해왔다. 그것은 시기적으로 자유당정권,공화당정권 및 6·29이후와 일치한다.
오는 12월이면 14대 열다섯번째 대통령선거가 시행된다. 그중 민선이 일곱번째,직선은 여덟번째다. 14대에 열다섯번째 선거가 되는 것은 60년 3·15부정선거가 무효화함에 따라 4대 대통령선거가 간선으로 다시 치러졌기 때문이다.
○난립하면 지지도 왜곡
6·25사변중이던 52년의 2대선거에는 4명이 출마했다. 이승만대통령은 혼자 유효투표의 74.6%를 휩쓸었다. 다른 후보들은 아무런 변수가 되지 못한 전형적인 1.5파전이었다. 56년의 3대선거는 2,3파전이 될 수도 있었는데 신익희후보의 별세로 지지후보를 잃은 상당수 표가 무효표,또는 조봉암후보지지로 흘러 역시 이 박사가 유효투표의 70%를 얻었다.
공화당 정권하인 63,67,71년의 5,6,7대 대통령선거는 각각 5,6명의 후보가 나섰지만 집권당과 제1야당 후보간의 2파전으로 압축되었다. 선두의 두 후보가 91.7∼98.5%를 몰아갔던 것이다.
유신과 5공하의 간선대통령 시대를 지난 87년 12월에 시행된 13대 대통령 선거는 4파전,적어도 3파전 양상이었다. 표가 세갈래,네갈래로 흩어지다보니 노태우후보는 유효투표의 36.6%란 적은 지지로 대통령이 되었다.
오는 12월에 있을 14대 대통령선거도 13대와 비슷한 혼전양상이 예상된다. 선거가 반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김영삼·김대중·정주영·박찬종후보가 민자·민주·국민·신정당 지명을 받아 선거전 채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 민자당의 이종찬의원이 탈당해 가세할 태세를 굳혔고,이른바 「민중후보」도 나설 기미가 보인다.
최근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어떤 가상적 상황하에서도 김영삼·김대중씨가 다른 후보군에 비해 현재로서는 상당히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더구나 13대와는 달리 집권당과 제1야당 후보로 갈린 두김씨에 대해선 후보단일화 요구가 제기될 여지도 없다.
이러한 두 김씨의 차기 대통령가도 선주에도 불구하고 양김으로 상징되는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 또한 만만치 않다.
『월간중앙』 7월호의 여론조사로는 두 김씨가 대결할 경우 이들중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유보가 31%,「지지정당 없다,모르겠다」는 반응이 40%에 이른다. 대륙연구소의 조사에서도 「호감가는 정당이 없다」는 반응이 38%로 나타났다. 바로 지난번 총선에서 집권당이 과반수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신생 국민당과 무소속후보가 약진한 배경이다.
국민들의 마음은 김영삼지지,김대중지지,양김으로 대표되는 기성정치에 대한 거부의 세갈래로 나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김씨 이외의 다른 후보들은 이러한 양김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가장 중요한 득표의 무기로 삼는다. 정치의 세대교체니,새 정치니 하는 슬로건이 모두 이를 겨냥한 것이다.
○두김­비김 단일주자로
정주영·이종찬·박찬종씨는 개인차는 있지만 모두 약간의 고유 지지세력과 더 많은 양김 거부세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자신의 고유지지세력은 별 문제가 없지만 양김 거부세력은 이들중 몇 후보가 투표까지 가느냐에 따라 갈라질 수 밖에 없는 중복기반이다.
13대 대통령선거에서 군정종식을 내걸었던 두 김씨가 분열됨으로써 야당집권 가능성이 사라졌던 것처럼,양김거부를 내건 후보들의 난립은 표를 분산시켜 스스로 내건 명분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게 될지 모른다. 후보 난립에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난전이 되면 선택의 어려움이 가중돼 국민지지도가 왜곡된다. 표가 분산돼 13대때보다도 적은 국민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36.6%로도 국민지지기반이 약해 부담이 컸는데 그보다 더 적은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번 대통령선거가 국민의 뜻을 바르게 비춰,의미있는 결과를 낳으려면 경쟁양상이 3파전으로 압축되어야 한다. 두 김씨와 비김 대표주자로 말이다.
○정치권에 강한 충격을
그런데 제3의 대표주자를 성사시키는게 가능할까. 현재로선 낙관도,비관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웃음거리가 되지 않고,대통령선거에서 의미있는 변수가 되고자 한다면 길은 비김 단일화 밖에 없다. 지금은 객관적인 여론조사기관도 많으니 뜻만 있다면 단일화의 시기와 방법은 얼마든지 안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단일화가 된다고 해서 앞서 가는 두김씨를 추월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당한 지지세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강한 충격을 기성정치에 줄 수는 있을 것이다.<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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