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고위간부' 수뢰 대물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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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현직 고위 간부가 취임하자마자 공항 내 공사를 발주받게 해주는 조건으로 수억원대의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7월에도 전직 부사장 등 고위 간부 3명이 업체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었다.

감사원 특별조사본부는 8일 인천공항공사 고위 간부 K씨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별조사본부는 고위 공직자 감찰 등 공직 기강을 담당하는 감사원 내 특수부서다.

감사원에 따르면 K씨는 2005년 4월 말 고교 후배에게서 B사 간부를 소개받았다. 취임한 지 보름이 채 안 된 때였다. 당시 B사는 320억원을 투입해 인천공항 내.외부와 활주로 주변의 경비.보안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업에 입찰한 4개사 중 한 곳이었다.

감사원은 "B사 고위 간부가 공사를 수주하게 될 경우 3억5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의했으나 이 간부가 얼마 뒤 회사를 떠나면서 없던 일이 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K씨는 그러나 그해 12월 다시 고교 후배의 소개로 또 다른 입찰업체인 C사의 고위 간부를 만나 공사를 따게 해주면 5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고, 이듬해 3월 C사가 공사 담당업체로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감사원 조사 결과 C사 고위 간부는 사례 조로 5000만원을 K씨의 고교 후배에게 건넸다.

감사원은 C사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비리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K씨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 여러 명을 평가위원에 임명했고, 이들이 C사에 유독 좋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7월에도 고위 간부의 비리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전직 부사장이 2005년 3월 인천공항 2단계 수하물 처리 시스템 공사를 수주한 업체의 고위 간부에게 5억원을 요구해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전직 건설본부장과 기계처장 등도 또 다른 업체들로부터 1억2600만~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의 다른 업무 분야에 대해서도 집중 감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K씨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후배가 밥 사 달래서 나갔더니 업체 관계자가 나와 있었을 뿐"이라며 "난 전혀 돈을 받은 적도, 받기로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후배가 중간에서 내 이름을 팔면서 브로커 역할을 한 모양인데, 결국 나에게 다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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