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장…힘의 윤, 양보없는 10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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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부산=장훈 기자】장호연(32·OB)과 윤학길(31·롯데).
외모만큼이나 성격이 다르고 투구스타일도 상반된 두 투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승 경쟁을 벌이고있어 야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 투수는 17일 각각 완투·완봉승으로 나란히 10승 고지에 오르며 투저 타고 현상 속에 고전을 겪고있는 프로마운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프로9년생인 장호연은 투수로서는 다소 작은 1m75㎝·80㎏의 체구를 지녔으나 체격의 핸디캡을 머리로 커버하는 전형적인 기교파 투수.
장호연은 다양한 변화구와 정확한 제구력을 무기로 상대 타자들의 취약점을 찔러 빗맞은 타구를 유도해낸다.
삼진을 잡을 수도 있으나 맞춰 잡으면 편한데 뭐하러 힘들이냐는 것이 영리한 장호연의 지론.
반면 윤학길은 1m86㎝·89㎏의 거구답게 우직하고 성실하다. 따라서 그의 투구스타일도 시원한 강속구를 주무기로「치려면 쳐라」는 식의 정면승부.
특히 윤학길은 성실한 훈련·자기관리로 부상을 당하지 않는 선수로도 정평이 나있다.
프로 6년생인 윤학길은 지난해 17승2패로 다승 2위에 오른 것을 비롯, 지금까지 1백89게임(1천1백21이닝)에서 68승57패8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윤학길보다 앞서 프로에 입단한 장호연은 1백67경기(1천3백58이닝)에 등판, 84승81패15세이브를 마크하고 있다.
장호연은 지난 86, 87년 각각 10승,13승을 올리며 상승세를 탔었으나 구단측이 책정한 연봉에 강한 불만을 표시, 훈련을 보이콧하는 등 프로정신(?)을 발휘했다. 그러나 결과는 성적부진으로 이어져 안타깝게 했다.
올 들어 윤동균 감독의 따뜻한 배려로 심기일전한 장호연은 특유의 기질로 꼴찌 OB를 일약 5위로 끌어 올리는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해마다 묵묵히 2백이닝 이상을 던져『혹사당한다』는 평을 듣는 윤학길은 장호연과는 달리 구단측과의 마찰 한번 없이 롯데를 3강 대열에 오르게 한 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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