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EU FTA 1차 협상 시작… 양측 관심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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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에서 김한수 통상교섭본부 FTA 추진단장(左)과 이그나시아 베르세로 EU 집행위 통상총국 동아시아 담당 국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 위한 1차 협상을 7일 닷새간의 일정으로 시작했다.

김한수 수석대표 등 우리 측 협상단과 이그나시아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 등 EU 측 협상단은 이날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나 향후 협상 일정, 양허안 교환 시기 등 협상의 기본 방향을 논의하고 상품, 서비스.투자, 통관 등 일부 분야별 협상도 벌였다.

이번 협상에서 EU는 가솔린 차량에 대한 미국식 배출자기진단장치(OBD) 의무화와 자동차 안전기준의 차이 등 비관세 장벽 철폐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루이뷔통.롤렉스 등 명품 브랜드를 모방한 '짝퉁'에 대한 단속 강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보험.통신.특송.법률.회계 등 서비스시장 개방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피터 만델슨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통적인 무역협정은 관세 인하가 목적이지만 이미 관세는 어느 정도 줄었기 때문에 이제는 비관세 장벽과 기술적인 장벽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한국의 교육과 의료시장 개방엔 우선 순위를 두고 있지 않으며, 시청각(영화.음반)의 경우 아예 상호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는 중이다.

한국 협상단은 자동차.영상기기 등 주력 수출품의 조기 관세 철폐와 건축사.간호사.수의사 등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정(MRA) 등을 집중 요구하기로 했다. 까다로운 EU의 환경 규제 완화는 물론 금융 부문에서 EU의 일부 약점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EU산 술.낙농품.돼지고기 위협적"=낙농품.돼지고기 등의 경우 우리나라 시장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농협경제연구소의 국별비교우위(CAC) 지수 분석 결과 나타났다. CAC 지수는 수입 금액 및 비중 등을 바탕으로 한 나라의 특정 수출품목이 다른 나라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는지 측정한 지표로, 1보다 높을수록 경쟁력이 크다는 뜻이다.

이에 따르면 2000~2005년 기준 EU 농산물과 축산물의 대(對)한국 CAC지수는 각각 평균 1.06, 1.50으로 집계됐다. 세부 품목별로는 농산물 가운데 위스키.포도주 등 주류(酒類)가 6.80으로 가장 높았고, 식품 가공 원료로 사용되는 효모류나 식물성 액즙, 코코아류, 전분류, 음료, 화훼류 등의 우위도 두드러졌다.

축산물 중에서는 닭 등 가금류가 6.05로 1위였고, 낙농품, 가금육류, 돼지고기 등 포유가축 육류 등도 기준 지수인 1을 웃돌았다. 반면 곡류, 감자.고구마 등 서류, 콩류, 과실류, 채소류 등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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