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에 사랑의 「금연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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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나도 담배를 끊을 수 있다.』
『나도 담배를 끊을 수 있다.』
부산시 온천동 부산전자공고(교장 강선보·57)에서는 수업이 끝나는 오후4시쯤이면 어김없이 학교교정에서 금연구호가 힘차게 울려 퍼져 주위를 어리둥절케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고교생들 흡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청소년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있는 가운데 이 학교에서 3년째 운영하며 학생·학부모 등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어내고 있는 「금연교실」현장에서 토해내는 「굳은 의지」의 목소리다. 호기심에 손댔다가 「골초」까지 돼버린 학생들이 담배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자신과의 한판 인내력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내 고교 중 규모가 가장 커 전교생이 60학급(3천여명)이나 돼 비행을 저지르는 학생수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었던 이 학교에서 금연교실을 처음 연 것은 89년3월초.
교복자율화 조치이후 담배를 피우는 학생수가 급격히 늘어가자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위해선 체계적인 금연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조성되면서부터였다.
이에 평소 금연지도를 틈틈이 해왔던 이 학교 박충배 교사(42·전자통신과)가 중심이 돼 금연교실을 정식으로 설치, 지금까지 매월1회씩 모두 19기째 금연교실을 열어오고 있다.
박 교사는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숨어서 피웠으나 80년대 중반이후에는 흡연이 잘못된 것이란 인식도 없이 아예 노골적으로 피우기 시작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상황을 설명했다.
금연교실 학생은 기당 평균 50명선이지만 학기초반에는 1백여명에 이르다 학기말께는 20명선까지 내려가는 등 굴곡이 많다.
금연교실 기간은 하루2시간씩 1주일. 그러나 상습적으로 들어오는 학생은 2∼3주까지 받기도 한다.
금연교실에는 담배를 끊기 위해 자진해서 찾는 학생·교사들까지도 참여하고 있으나 담배를 피우다 박 교사에게 적발돼 들어오는 학생이 대부분.
박 교사는 망원렌즈가 달린 비디오카메라를 구입, 학생들의 흡연장면을 몰래 촬영, 금연교실에 입교시켜 담배를 끊게 만들 정도로 열성이 대단하다. 이 때문에 이 학교에서는 박 교사를 「금연교실 교장」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금연교실을 거쳐간 학생은 교사 16명을 포함, 모두 19기에 걸쳐 1천1백여명. 금연교실 이수증을 받은 학생 중 평균 30%정도는 담배를 끊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연교실 운영으로 흡연학생들이 직접 담배를 끊는 경우 외에도 현재 피우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예방적 효과도 많아 이 학교의 흡연율은 다른 학교에 비해 10%이상 낮은 20∼25%수준.
금연교실에서는 금붕어실험 등을 통해 담배가 인체에 어떤 해를 끼치는가를 보여주는 과학적 방법에서 교육적 충고·단전호흡·태권도 등 니코틴제거를 위한 운동 등을 총동원, 학생들 스스로 담배를 끊어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금붕어실험을 통해 유리컵에 든 금붕어가 담배 1개비를 넣은 뒤 30분도 채 안돼 죽어 가는 실험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고 흡연할 때의 가쁜 호흡과 단전호흡의 차이점 등을 상세히 가르쳐 주기도 한다.
또 「금연과 예방」이라는 25쪽 분량의 책자까지 제작, 금연교실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유리컵 속의 금붕어가 담배 1개비를 넣은 뒤 30분도 못돼 죽고 이 금붕어를 해부, 창자에서 곧바로 니코틴 냄새가 나는 것을 지켜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얼굴색이 변하면서 충격을 받습니다.』
태권도 공인 4단이기도 한 박 교사는 『하루도 담배를 안 피우고 못 배기던 학생이 금연교실을 거친 뒤 담배를 끊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 교단에선 보람을 느낀다』고 흐뭇해한다. 【부산=정용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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