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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뮤지컬 어워즈 D-7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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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의 꽃은 남녀 주연상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 1회 더 뮤지컬 어워즈(The Musical Awards.14일 오후 7시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이날 밤 12시40분 SBS-TV 방송)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신구의 조화와 라이벌간의 대결로 과연 누가 영예의 수상자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녀 주연상 후보 8명을 가나다순으로 소개한다.

◆ 김도현=그의 뮤지컬 출연작은 고작 4편. 이번에 후보의 영광을 안겨준 '천사의 발톱'은 첫 주연이었다. 그러나 지나온 이력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연극배우 고(故) 김동훈(실험극장 대표.1996년 작고) 선생의 아들이다. 어머니는 성우 장유진씨. 부모님을 따라 연극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 지면서 김도현 역시 연기의 꿈을 키워갔다. 중 3때, 아버지에게 불쑥 말을 건넸다. "아버지, 저 연극배우 할래요." 아버지는 그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한 번만 그 얘기 다시 하면 넌 내 아들 아니다."

그래도 한번 가슴에 담긴 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쓰러진 병실에서 그는 울면서 다시 한번 연기자의 꿈을 얘기했고, 김동훈 선생은 그저 한숨만 내쉴 뿐 더 이상 말리지 못했다.

그는 2003년 '인당수 사랑가'에서 변학도역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후로 이렇다 할 작품은 없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2004년 이후 뮤지컬을 제대로 하고 싶어 2년간 성악 레슨만 받았죠. 중간 시험 보는 기분으로 오디션 보고 떨어지고, 또 노래 연습하고…. 그러나 그 시간이 현재의 저를 만들었어요."

◆ 류정한=그는 서울대 성악과를 나왔다. 97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전격 발탁되자, 언론의 조명이 집중됐다. 당시만 해도 서울대 출신이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

그의 스타성이 돋보인 작품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을 위해 영국에서 온 제작진은 "한국은 기본적으로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다. 그러나 유독 류정한만이 시선 처리나 자세 등에서 어딘가 귀족적 풍모가 엿보인다"며 그를 뽑았다. 이후 그는 대작 전문 배우였다. '지킬 앤 하이드' '돈키호테' 등에서 특유의 풍성한 성량을 과시했다. 변신의 기회가 제공된 것은 지난해말 공연된 '클로저 댄 에버'. 어깨 힘 쭉 빼고 부드럽고 여린 남성으로 거듭나며 연기의 폭을 넓혔다. 이번에 후보가 된 '쓰릴 미'에선 게이역으로 등장, 소심하고 겁 많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 응어리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용의주도한 인물을 소화해 냈다.

◆ 민영기=어느새 30대 중반.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했지만 딱히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을만큼 대중에게 뚜렷한 각인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역은 민영기의 존재를 새삼 느끼게 해 줬다. 호소력있는 음색을 통해 기품과 냉정함을 동시에 가진 정조를 그는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지금은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하지만 고 1때는 합창단 오디션에서 20명의 지원자 중 유일하게 탈락한 '음치'였다. 대학 갈 때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모님 뜻을 따라 공대 토목과를 지원했지만 떨어진 뒤 재수시절엔 몰래 성악 레슨을 받았다. 레슨비를 벌기 위해 6개월간 변압기 만드는 공장에 다니기도 했다. 합격을 하고 나서야 부모님께 말씀드렸단다.

2001년 서울예술단에 입단하면서 그는 뮤지컬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가 좋아하는 색은 블랙. 그 누구와 호흡을 맞춰도 무난히 해나가고 싶다는 뜻을 색깔로 표현했다.

■ 나는 이래서 이 배우를 지지한다

◆ 조승우=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의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왜 조승우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 20분만의 전회 매진(렌트), 7분만의 전회 매진(헤드윅) 등 그는 신기록 제조기이기도 하다.

그는 영화로 먼저 데뷔했다. 계원예고 재학시절인 99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다. 당시 그를 처음 본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은 "키가 크진 않지만 몸 태가 너무 예쁘다"라며 한눈에 그를 발탁했다.

'말아톤''타짜'등 영화로 대중성을 획득했지만 조승우의 스타성을 먼저 알아준 것은 2004년 '지킬 앤 하이드'였다(공교롭게도 이번 남우주연상 후보 4명 모두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한 바 있다).

지난해 영화 '타짜'이후 그는 '렌트''헤드윅''돈키호테'등 연속으로 뮤지컬 작품에만 출연하고 있다. 쉽게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느리지만 자기의 길을 굳건히 가는 배우. '배우 조승우'로서 생명력이 얼마나 오래갈 지 짐작할 수 있다.

최민우 기자

▶김도현

.1977년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주요작-금강, 인당수 사랑가, 지킬 앤 하이드

" '천사의 발톱'에서 김도현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였다. 특히 이두의 본성이 튀어나오면서 일두가 다시 이두로 바뀌는 1막 마지막 장면에서의 강렬한 눈빛과 파워풀한 음색은 잊을 수 없다.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동시에 발산되는 이 강렬한 장면으로 배우 김도현은 존재감을 확실히 나타낸다. 그는 자신의 에너지를 관객과 함께 나눌 줄 안다."

(인터파크ENT 백새미 대리)

▶류정한

.1971년생

.서울대 성악과 졸업

.주요작-오페라의 유령, 돈키호테, 클로저 댄 에버

"류정한은 참 상복 없는 배우다. 데뷔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남우신인상을 수상한 게 전부니. 하지만 상복 없음이 재능 없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성악도 출신답게 출연작마다 가창력과 연기력을 뿜어냈다. 류정한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배우에게 최고의 상은 관객의 박수와 사랑임을. 그런 면에서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은 행운아다."

(플레이빌 김일송 편집장)

▶민영기

.1973년생

.한양대 성악과 졸업

.주요작-태풍, 로미오와 줄리엣, 겨울나그네

"풍부한 성량, 가슴 속까지 전해지는 묵직한 음성, 안정감 있는 연기는 민영기의 강점이자 무기다.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거칠고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 온 터라 무대에서 뿜어내는 에너지엔 '힘'이 실렸다. 여기에 섬세한 감정연기가 더해져 상처와 시련, 현실 앞에서 고뇌하는 21세기 '정조'의 모습을 그는 '화성에서 꿈꾸다'에서 완벽하게 그려냈다."

(티켓링크 최현자 기자)

▶조승우

.1980년생

.단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주요작-명성황후, 헤드윅, 렌트

"노래나 연기를 떠나 일단 조승우는 압도적인 무대장악력을 가진 배우다. 그것은 그가 스타여서가 아니라, 오히려 무대 위에서 단 한 순간도 자기 역할을 벗어나지 않는 집중력에서 비롯된다. 관객들은 스타 조승우의 노래와 춤이 아닌, 그가 만들어내는 생생한 인물에 열광한다. 수십 번 같은 무대에 서면서도 늘 같은 열정, 같은 밀도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 역시 그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객석 김주연 기자)

▶김보경

.1982년생

.혜천대 성악과

.주요작-렌트, 유린타운, 아이다

"김보경은 '미스 사이공' 이전까지 맑은 유리알 같은 목소리로 기억되는 배우였지만 강인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그녀는 킴 역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가치를 백분 발휘했다. 그녀의 안정되면서도 풍부한 성량은 작품 전체를 노래로 풀어가는 '미스 사이공'에서 확연하게 빛났다. 특히 아들 탐을 위해 헌신하는 모성을 보여주는 연기는 목숨을 건 치열함이 절절한 느낌을 주었다."

(더 뮤지컬 박병성 편집장)

▶김선영

.1974년생

.혜천대 성악과 졸업

.주요작-페임, 로미오와 줄리엣, 토요일밤의 열기

"김선영은 '에비타'에서 가창력은 물론, 연기력도 무르익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지금껏 '마리아 마리아'의 마리아역,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역, '미스 사이공'의 엘렌역 등을 소화해 냈다. 그는 이제까지 맡은 역할들을, 창녀와 성녀를 오고 간 에바 페론을 통해 다 녹여냈다. 이렇게 다양한 여성성들을 동시에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축복일 따름이다."

(한국연극 염혜원 편집팀장)

▶김성녀

.1950년생

.중앙대 음악극과 교수

.주요작-마당놀이 봉이 김선달.변강쇠전, 최승희

"'벽속의 요정'을 연극으로만 생각했던 터라 김성녀님이 후보로 올랐단 소식을 듣고 의아했다. 그러나 12곡의 노래와 이를 스토리에 적절히 녹인 작품을 떠올리고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30여명의 등장인물을 김성녀님은 혼자 소화해냈다.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얼마나 노래를 연기 속에 잘 녹여내는 것이 진정한 뮤지컬 배우 아닐까."

(아르코예술극장 조형준 수석공연기획)

▶박해미

.1965년생

.이화여대 성악과 졸업

.주요작-브로드웨이 42번가, 아가씨와 건달들, 아이 두 아이 두

"박해미는 경륜 있는 중견배우다. 그가 정열적인 것은 뮤지컬이란 고향의 피가 흘러서이다. 또한 그는 대학에서 성악,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학을 전공한 실력파다. 박해미처럼 뛰어난 실력과 국민적인 대중성을 겸비한 중견의 뮤지컬 여배우를 만나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대중들에게 요즘 박해미는 뮤지컬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인식될 정도다. ."

(청강문화산업대 이유리 교수)

◆ 김보경=신예로선 남자의 김도현처럼 여자에선 김보경이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미스 사이공'은 그의 첫 주연작이다. 바로 직전에 공연된 '아이다'에서 단역에 가까운 네헤브카역을 맡았으나, '미스 사이공'제작진이 이 작품을 보고 김보경에 반해 그를 '킴'역으로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호소력 짙은 음색과 뛰어난 고음 처리는 그의 전매특허다.

대전에서 태어난 그는 너덧 살부터 부모가 즐겨 듣던 트로트를 따라 부르더니 초등학교 시절에는 가요가 특기였단다. 여섯 남매 중 막내로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고 2 때란다. "연기, 춤, 노래 어느 하나 버리고 싶은 게 없어서 선택한 길"이라고 말한다. 혜천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2003년 어린이 뮤지컬 '인어 공주'로 데뷔했다. 순천향대 원종원 교수는 "키는 작지만 춤과 노래가 다 된다. 최고의 실력파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선영=이번 시상식에서 그는 두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에비타'론 여우주연상 후보에, '미스 사이공'의 엘렌역으론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 온정주의가 만연한 공연계에서 이렇게 두 부문에 나란히 후보가 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는 "다른 배우들이 쟁쟁하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며 겸손해 했다.

김선영은 뮤지컬 배우가 되기까진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학 졸업 뒤 1995년 KBS 합창단에 들어갔다. '빅쇼'리허설때 윤복희씨의 '메모리'를 듣곤 "내 길은 바로 저것"이라고 마음을 굳혔단다. 그래도 뮤지컬보단 대중음악계를 먼저 기웃거렸다. 가수로 인기 끌면 뮤지컬 하기도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IMF로 막상 음반도 내지 못한 채 가수의 길은 접어야 했다. 99년 '페임'이 뮤지컬 데뷔작. 특히 지난해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역으로 "연기와 노래 모두 물이 올랐다"란 평을 받으며 입지를 굳혔다.

◆ 김성녀=마당놀이와 연극으로만 김성녀를 기억하기 쉽지만 그도 뮤지컬 배우다. '포기와 베스''한네의 승천''7인의 신부' 등 다섯 편이나 된다. 오는 7월에 공연되는 대작 '댄싱 섀도우'에도 출연한다.

남편은 극단 미추 손진책 대표, 딸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활동하다 최근 귀국한 뮤지컬 배우 손지원이다. 중앙대 국악대 음악극과 교수로 '시김새로 배우는 우리 민요'란 교재를 쓰기도 했다. 이번에 후보에 오른 '벽 속의 요정'에선 그녀는 1인 30역을 소화하며 남자와 여자, 노인과 어린아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입은 웃는데 눈은 울고 있다"란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이 과연 뮤지컬인가라는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한마디 했다. "브로드웨이식만 뮤지컬로 한정시킬 수 없다. 한국적 색채를 입힌 음악극도 분명 뮤지컬이다."

◆ 박해미=한국에 지금 이 사람보다 더 바쁜 사람이 있을까.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오케이 여사로 활약하는 것은 물론 뮤지컬 배우에 제작자로까지 나섰다. . 어린이날 특집 프로그램 때문에 대통령까지 만나는, 박해미의 행보는 진정 거침이 없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이화여대 성악과 3학년 재학 중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여주인공으로 84년 데뷔했다. 데뷔만 따지면 벌써 20년이 넘었다. 결혼 뒤 10여 년간 무대를 떠났고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한 남자를 만나 가난과 갈등을 겪으면서 누구를 만나도 같이 울 수 있는 사람이 됐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중요한 시기에 공백을 가졌지만, 인생의 무대에서 20년을 꼬박 뛴 셈이죠."

8세 연하와 재혼한 그는 2005년 자전에세이 '맘마미아, 도나의 노래'를 출간했으며 최근엔 케이블 TV 올리브 채널의 '판도라의 상자'란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또 다른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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