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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때 정치무능” 맹비판/크리스천 아카데미 대화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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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당한 정책대결·억지 안쓰는 정치 촉구/대선 공명대책 등 14대국회 과제 지적도
크리스천아카데미(원장 강원용) 주최로 11일 오후 4시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대화모임」은 14대 국회개원과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사회각계 저명인사들의 정치비판과 정치지도층의 정치관을 한꺼번에 들어본 자리였다.
「14대 국회의 개원과 한국정치의 과제」란 주제의 이날 모임에는 대권 주자인 김대중민주당후보,정주영국민당후보 외에 대권 후보로 나설 뜻을 비춰온 이종찬의원 등 국회의원 20여명이 참석해 모임의 현실정치적 비중을 더했다.
정치인을 제외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전환기적 현시점에서 정치인들의 책무가 막중하다』는 전제에서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행태를 비판했다.
첫 발표자인 지명관교수(일본동경여대)는 「전환점에 선 한국」이란 발표를 통해 『세계사적 전환기를 맞아 정치권의 개혁이 절실한 때』라며 14대 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 교수는 『가부장적인 전근대적 전통과 대화가 없는 대립 정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건전한 시민사회육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치권은 공공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대화와 이성의 정치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두번째 발표자인 박권상씨(언론인)는 보다 구체적인 14대 국회의 과제를 제안했다.
박씨는 『참된 민주화야말로 다가오는 통일을 준비하는 전제조건』이라며 14대국회의 과제로 ▲국무총리 임명 사전동의 등 정부구성 참여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연기에 대한 헌법적 대항 ▲대통령선거의 공정성보장을 위한 법적·제도적 미비점 보완 ▲헌법·선거제도에 대한 연구 ▲정·부통령제와 결선투표제 채택 등을 주장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대중민주당후보는 『자본주의든,사회주의든 비민주적인 국가는 망했거나 망하고 있다. 우리도 민주화만이 살길이며 지방자치없이 민주화는 있을 수 없다』고 전제,자치단체장선거 실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후보는 이어 단체장선거를 개원과 연계해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개원전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 다수인 여당이 날치기 등으로 밀어붙이면 소수야당으로선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정주영국민당후보는 『연말대선은 김영삼민자당후보 생각대로 된다면 관권·공작선거가 되겠지만 노태우대통령이 「퇴임후의 밝은 생활」을 생각해 모범선거를 결심한다면 상상외로 공명선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뒤 『나는 낙관론자이기에 후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이어 『여당후보가 장관들의 보고를 받는 등 사실상 통치행위를 시작했는데 만일 연말까지 경제난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자격면에서 「낙제」가 되니까 대선에 안나와야할 것』이라고 주장,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종찬의원도 토론에 나서 「사견」임을 전제한뒤 『지방자치단체장선거는 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또 14대 국회가 해결해야할 구체적 문제로 『의원 개개인이 실질적인 국정운영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의 중앙통제식인 현행 국회법을 고쳐야하며 토론과 입법활동을 활발히 하도록 상임위활동중 폐단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안이 상임위로 넘겨진뒤 다시 소위에서 심의되고 있어 대부분의 의원들이 무슨법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학계인사로 참석한 박홍 서강대총장은 『대학생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꺼져라」고 한다.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말처럼 좌익적인 학생운동은 이같은 불신에서 나온 「사상적 서방질」이다. 정치인들은 이들에게 희망을 줘야한다』고 기성정치인들을 호되게 비판했다. 그는 『7월초 대학총장모임에서 정치인에 대한 이같은 당부의 말을 수렴,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화교수(한신대)는 정치인들의 도덕성문제와 관련,『종교인처럼 청렴결백하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입법했으면 이를 지켜야하며 스스로를 희극화하는 고십성 정치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정책대결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윤구선명회회장은 참석의원들을 향해 『제발 공부좀 해달라』며 『찾아오는 사람은 덜 만나고 대신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을 찾아가고 국회 도서관을 집무실로 삼아달라』고 호소조로 비판했다.
재야대표인 이석재 전 민중당 상임대표는 『운동권에서도 기존의 「진보=계급투쟁=혁명」식 사고를 반성,새로운 방향에서 다양한 소외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한다. 의회가 이런 요구를 수렴하지 못하면 또 다시 장외정치가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양해진 이익의 의회내 수렴을 위해 「정당투표제」를 실시하도록 법개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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