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원자바오 총리, 거침없이 대중 속으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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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02면

베이징=신화사 특약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민중 속으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절인 1일엔 허베이(河北)성의 한 철강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노동자들과 만두와 쌀죽 점심을 함께 했다. 이어 반제ㆍ반군벌의 5ㆍ4 운동 88주년을 맞은 4일 오전엔 베이징의 런민(人民)대를 깜짝 방문했다. 학교 당국에 대한 방문 통보는 이날 아침 방문 직전에야 이뤄졌다. 사전 준비 없이 ‘민낯’으로 학생들을 만나 보겠다는 취지였다. 일정은 원 총리 특유의 파격과 소탈로 일관했다. 총리는 지나가는 학생들과 손을 맞잡고 마치 친아들딸을 대하는 양 정겹게 얘기를 나눴다. 폭소와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학생들의 질문도 파격 그 자체였다. 국가정책ㆍ이념ㆍ사회문제 등에 대한 질문보다 총리 개인의 취미, 사생활, 여가, 가족관계, 좋아하는 음식 등을 묻는 질문이 더 많았다. 총리는 거침없이 답변했다.

런민대 방문의 절정은 총리의 즉석 연설이었다. 원 총리는 친근한 인사말로 시작한 도서관 연설을 통해 ‘청년에 대한 세 가지 희망’을 피력했다. 첫째는 실사구시(實事求是)였다. 이론을 실제와 연결시키는 학풍을 강조했다. 원 총리는 “대학은 국가의 동량을 키우는 곳”이라며 “따라서 학생은 사회와 국정(國情)을 먼저 이해한 뒤 이론 공부를 통해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혁ㆍ개방은 하나의 ‘큰 교실’이며, 학생들은 이 큰 교실에서 반드시 하나의 심득(心得)을 건져 올려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둘째는 진리추구와 독립정신이었다. 독립적으로 진리를 추구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국가 대사를 책임질 수 없다는 경고였다. 원 총리는 “세계는 무궁하다”며 “이 무궁함 속에서 부단히 실천하고 연구하는 자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 셋째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책임감 강조였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랑이 학습과 발전의 동력임을 지적한 말이었다. 총리의 간단하지만 무거운 당부가 끝나자 청중 속 곳곳에서는 “하오(好ㆍ옳소, 맞소)!”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록 콘서트에서나 나옴 직한 열정적인 박수도 터졌다.

연설을 마친 원 총리는 학생들의 손을 잡고, 학생들에 의해 둘러싸인 채 식당으로 갔다. 줄 서서 밥을 배식받은 뒤 학생들과 함께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총리 옆에 앉으려고, 또 그 옆에 서려는 학생들 간에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수행원은 중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연예인도 저렇게 많은 인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경호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원 총리의 런민대 방문엔 교육담당 국무위원 천즈리(陳至立)가 동행했다. 원자바오는 중국 지도자 가운데 민생 현장을 가장 많이 시찰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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