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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O법 싸고 떠들썩한 일본/찬반 막상막하… 쟁점을 살펴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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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제사회 분쟁해결 인적공헌 마땅 찬성/헌법에 위배… 주변국반대 의식해야 반대
일본이 제2차대전 후 47년만의 해외파병시도로 시끄럽다. 국회나 언론이나 모두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안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있다. 찬반이 엇비슷하며 국론이 완전 양분돼 있다.
일본헌법과 자위대와의 관계,일본의 국제적 역할,PKO 참가조직 등에 대한 논쟁의 초점을 살펴본다.
▷일 헌법과 자위대◁
일본헌법 제9조는 「국제분쟁 해결수단으로 무력사용을 영원히 포기한다」「이를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그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일본은 이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부인,핵무기 및 공격형 항공모함 보유금지,무기수출금지 등 군사적 측면에서 스스로 여러가지 제약을 가하고 있다. 자위대 자체가 합헌이냐에 대해서도 아직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54년 참의원은 자위대의 해외출동을 금지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정부와 자민당은 자위대 위헌여부 논란도 완전히 가셔지지않은 상태에서 해외파병까지 하려는 것이다. 자위대의 PKO파견론자들은 「헌법 제9조가 금지하는 것은 침략전쟁」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자위대나 PKO는 헌법이 금지하는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본정부는 54년도 참의원 결의에 대해 『당시 참의원은 PKO라는 것을 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결의』라고 지적,자위대가 PKO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유엔 깃발아래 평화를 위해 당사국이 원할 때 파견하는 것이므로 소위 평화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편 PKO법안 반대측은 일체의 전쟁을 포기하고 일체의 전력을 갖지 않는 것이 헌법 제9조의 정신이며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석을 달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시대에 따라 헌법을 다르게 해석하는 이른바 해석개헌을 부정하면서 일본의 국제공헌은 비군사부문에 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일본이 과거의 전쟁책임을 확실히 하지않고 핵무기철폐·남북문제·인권 등을 소홀히 한채 자위대를 해외에 파병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정신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국제적 역할◁
자위대 파병론자들은 『일본은 그동안 국제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아 경제대국이 됐으므로 국제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이 지난번 걸프전때 전비로 1백30억달러를 내고도 인적 공헌을 하지않아 받은 비난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윌리엄 로스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달 5일 미의회에 일본의 PKO참가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여론도 절반이상이 유엔결의 등 조건을 붙여 자위대파병에 찬성하고 있다. 자민당과 우파 등은 이 기회에 국제공헌을 내세워 자위대 해외파병을 실현시키려 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아시아주변국의 우려 ▲일본여론의 양분 ▲일본 국가목표의 불명확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중국·싱가포르·필리핀 등 과거 침략을 받은 국가들은 모두 일본의 군사적 역할에 의혹과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리콴유(이광요) 전 싱가포르총리는 자위대의 PKO파견을 「알콜중독자에 버본주를 주는 격」이라며 일본의 PKO참가에 반대했다. 또 일본은 아직도 과거에 대해 명확한 반성을 하지않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일본은 어떤 국가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하지 않은채 단지 자위대를 파병하는데만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다. 일단 파병하고 나중일은 그때가서 생각하자는 식이다.
▷PKO 참가조직◁
자민당 등은 PKO에 자위대를 파병하려는데 대해 사회당 등은 자위대 아닌 별도 조직으로 PKO에 참가하자고 맞서고 있다. 자민당은 인권·행정·경찰·난민귀환·선거관리 등 비군사부문이라 할지라도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므로 자위대의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후방지원이나 의료의 경우 자위대가 아니고서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위대파병 반대론자들은 선거감시·문민경찰·의료·도로정비 등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데도 위헌시비까지 벌이며 꼭 완전한 부대형태의 조직을 보내야 하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기타◁
PKO법안은 파병지역에서의 무력충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휴전이 깨질 경우 즉각 자위대를 철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PKO의 지휘하에 있는 자위대가 자의로 철수하기란 쉽지 않다. 또 무기사용도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하도록 되어 있으나 PKO임무수행이 방해가 될때도 무기사용이 인정되고 있다. 유엔지휘하에 들어간 자위대가 비록 유엔 지시에 따라 무력을 사용할 경우라도 일본헌법의 무력사용금지 규정에 저촉된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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