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O/냉전 끝나자 높아진 위상/어디서 무슨 일을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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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분쟁지역 휴전·선거감시도 맡아/강대국 입맛따라 운영될까 우려
일본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골자로 하는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안이 5일 일 참의원 국제평화협력 특별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PKO의 기능과 현황,그리고 그 한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PKO는 원래 분쟁지역의 평화를 확보·유지하고 휴전협정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활동을 총칭하는 것이었으나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유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분쟁지대의 선거·인권 감시,일부행정의 대행역할까지 하는 등 영역이 크게 확장됐다.
PKO는 유엔이 처음부터 생각해낸 활동이 아니었다.
유엔은 당초 국제평화와 안전을 침해하는 나라에 대해 유엔상비군(UNF)을 파병,제재를 가하는 집단안전보장규정(유엔헌장 제7장)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전후세계가 곧바로 동서양극체제로 나눠지고 미 소가 유엔안보리에서 사사건건 충돌,서로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유엔군은 한국전참전때를 제외하곤 제목을 다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다그 하마슐드 제2대 유엔사무총장이 이때 계속되는 분쟁확산 방지를 위해 고안해 낸 것이 PKO다. PKO는 따라서 유엔헌장에도 명문화되어 있지 않으며 그냥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PKO는 크게 분쟁지역의 휴전을 이끌어내고 치안을 회복·유지하는 경무장의 유엔평화유지군(PKF) 활동과 통상 비무장으로 정전상태를 확인하는 정전감시단 활동으로 분류된다.
PKO는 안보리의결과 분쟁당사국의 동의에 따라 이뤄지며 내정불간섭,엄정중립이 원칙이다. PKO는 자위이외의 무력행사를 하지 않으며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파견한 인원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PKO는 안보리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무력을 쓰는 유엔군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PKO는 48년 6월 이집트·레바논·요르단·이스라엘 등 팔레스타인 지역에 「감시단」이 처음으로 파견돼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군사업저버」「긴급군」「보안대」「과도행정기구」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모두 27차례에 걸쳐 세계 곳곳에서 명성을 날렸으며 88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PKO에 참가한 나라만도 80개국에 달하며 참가연인원은 54만명이다. PKO는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데 지난 4년동안 무려 14개 지역에서 형성됐다.
PKO는 특히 질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PKO는 종래 정전확보 및 감시가 주요임무였으나 89년 2월 나미비아 독립과 제헌의회 선거감시를 위해 파견된 PKO를 계기로 선거감시활동까지 하게 됐다.
나아가 지난 3월 캄보디아지역에 설치된 PKO인 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UNTAC)는 선거감시에 그치지 않고 행정의 일부를 대행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또 UNTAC와 때맞춰 내전중인 구유고슬라비아연방에 형성된 PKO처럼 내정불간섭의 대원칙이 깨진 경우도 생겼다.
더욱이 지난해 4월 시작된 이라크·쿠웨이트감시단(UNIKOM)은 분쟁당사국인 이라크의 동의도 받지않았으며 과거에는 중립차원에서 PKO에 참여하지 않았던 미·소·영·불·중 등 안보리상임이사국 5개국 모두가 감시단을 파견,PKO의 막강함을 과시했다.
유엔측은 이제 PKO를 문자그대로 평화유지활동에만 국한하지 않고 분쟁을 미리 막는 「평화창출활동」(Peace Making Operation)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PKO 앞날이 마냥 순탄한 것은 아니다. PKO강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유엔의 재정난. PKO수는 많아져 그 예산만도 87년 약 2억3천만달러에서 올해는 약 21억달러(추계치)로 급증했는데 유엔은 3월 현재 8억6천만달러나 되는 PKO분담금을 받지못하고 있다.
결국 유엔의 재정이 계속 악화될 경우 PKO는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으며 강대국의 입맛에 따라 선별적으로 형성될 우려가 있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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