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색체」이제야 나와요"|3년만에 개인전 여는 원로화가 전혁림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충무에 살면서 고집스레 독자적인 화풍을 일궈온 원로화가 전혁림 화백(76)이 3년만에 개인전을 11일까지 조선 일보미술관((735)8902)에서 갖고 있다. 우리미술문화연구소 기획.
지난 89년 호암갤러리에서 대규모 초대전을 가진 후 제작한 신작 30여 점을 선보이는 발표전이다.
전 화백은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자신이 직접 구운 옹기와 회화의 조화를 모색한 새로운 입체작품 10여 점도 발표, 노익장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탐구해온 「한국적 색채」가 요즘에야 만족할만하게 당겨져 나와 새로운 의욕이 솟구칩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이따금 시도해 왔던 입체작업도 본격적으로 매달려 보았습니다.』
그는 이번에 옹기토 위에 화려한 색채를 처음으로 발색해 냄으로써 주목되고 있다. 그 동안 청자·백자 위에 회화를 담은 작품들은 많은 작가들이 발표해왔으나 옹기와 발색은 조화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는 얼마 전 외국의 새로운 물감을 구해 이를 옹기와 접목시키는데 성공했다. 그의 입체작품들은 옹기의 거칠고 소박한 맛과 회화에 나타나는 화려한 색채가 어우러짐으로써 평면작품과는 또 다른 독특한 예술성을 보인다.
전 화백은 우리 고유의 색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조명해 냄으로써 흔히 「색채화가」로 불려지기도 한다. 민화나 단청에서 느낄 수 있는 색채와 전통적 선, 문양을 소재로 한 독창적인 색면 구성의 추상회화를 구축해왔다.
『젊은 작가들의 서양 모방풍조가 큰 걱정입니다.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색채와 조형이 있습니다. 이를 현대적으로 보편화시킬 때 바로 세계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는 서양물감인 유채를 사용하면서도 오랜 모색과 노력 끝에 화면 위에 「한국적 색채」를 구사해내고 있다. 최근작들은 종전보다 붉은 색이 많이 쓰이면서 더욱 깊이 있는 색감을 보여준다. <이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