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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와 다른 일본 국민 개헌 속마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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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쟁 포기와 전력(戰力) 불보유를 규정한 일본의 평화헌법이 3일로 시행 60주년을 맞았다.

일본 내에선 지난해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취임 후 "내 정권 안에서 개헌을 이루겠다"고 공언하면서 개헌파와 호헌파 간의 논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2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헌을 찬성하는 국민은 58%인 반면 반대하는 응답은 27%였다. 찬성 비율은 2005년 4월(56%), 지난해 4월(55%) 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개헌을 찬성하는 이유는 대부분 환경권 등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롭게 생겨난 권리 등을 반영해 달라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9조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란 응답은 전체 찬성 응답자의 6%에 불과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78%가 "평화헌법의 핵심이자 전쟁 포기를 규정한 9조 조항이 일본의 평화에 공헌해 왔다"고 높게 평가했다. 9조의 전면적 수정을 가하기 위해 개헌에 착수한 자민당의 개헌 방향이 일반 국민의 생각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 재임 중 개헌을 하는 게 옳으냐"는 질문에는 찬성과 반대가 각각 40%, 42%로 엇갈렸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달 중 개헌에 이르기까지의 절차 등을 규정하는 절차법인 '국민투표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야당은 반대하고 있으나 자민당은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자민당은 또 '국민투표법안' 안에 "법안 통과 후에도 3년간은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한다"는 '동결 기간'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동결 기간 안에도 개헌안의 골자를 작성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개헌이라는 칼자루를 빼든 이상 최단기간 내에 개헌을 마무리 짓겠다는 심산이다.

여권이 상정하는 '최단 소요기간'은 약 4년이다. 즉 이달 중 국민투표법을 통과시킨 뒤 8월에 중의원과 참의원에 헌법심사회를 설치, 개헌 원안의 큰 틀 작성에 들어간다. 이후 2010년 5월에 '동결 기간'이 끝나자마자 개헌 원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1년여의 토론을 거쳐 2011년 여름에 국회 표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중.참의원 모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한 뒤 2011년 가을에 국민투표를 실시, 과반수로 통과되면 헌법 개정을 일왕이 공포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 일본 헌법 9조=일본 평화헌법의 상징적 조항으로,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세계에 대한 약속이자 평화공약이다. 자위 목적 이외의 군대 보유와 해외에서의 군사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또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공격을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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