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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고유가시대 대비(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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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석유 비수기에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에 소비국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도 에너지 낭비가 심하고 그로 인해 산업경쟁력마저 약화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화석연료에 의한 환경오염이 일상생활을 위협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산유국들이 곧장 고유가 정책으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을 달리하고 있으나,분명한 것은 저유가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유럽공동체가 수입석유에 대해 15%의 탄소세를 부과할 방침이고 다른 선진국들도 환경세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석유수요 감소에 대항하기위한 수단으로 현행 배럴당 18달러선의 유가를 21달러선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지난주의 주요 현물 시장에서 국제유가는 이미 22달러선을 돌파했다.
석유 소비국들은 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를 위해 수입 원유에 대해 각종 부담금 부과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으며,이에 대해 산유국들은 소비국들에 앞서 공급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이익을 증대시키려는 파이의 분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산유국들의 원유정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특히 미국의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대폭적인 유가인상을 단행하겠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미 3·4분기 산유량을 현수준에서 동결키로 최근 결정함으로써 유가가 어느 정도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실질 경제성장률을 훨씬 넘는 우리나라 경제기반은 여차하면 무너지기 쉬운 약체구조다. 석유소비 증가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에너지절약과 효율화 대책은 여전히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작년 원유도입량은 90년에 비해 무려 29.5% 늘어난데 이어 금년 1∼3월중에도 30.6%나 증가했다. 국제원유시장의 이상기류에 대한 사전 대비책에 소홀하면 그동안 추진되어 왔던 물가안정·국제수지적자 축소 노력은 하루 아침에 물거품으로 끝나 결국 제2차 석유위기때의 마이너스 성장이란 고통을 다시 겪게될지 모른다.
선진국들 보다 싼 에너지 가격에,그들보다 더 많은 원유를 쓰고 있는 우리의 석유 다소비행태는 어떻게든 개선되지 않으면 혼란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최종 에너지 51%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부문과 20%를 점하고 있는 수송부문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멈추게 하는데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하며 따라서 대책이 미적지근해서는 안된다. 산업현장에서건 가정에서건 에너지절약이 생활화 되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한 후진국으로 남게 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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