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FTA 넘자" 열공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동아제약은 올해부터 '사이버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대폭 확대했다. 이 과정은 2003년부터 마케팅과 전략경영.회계.재무 등 몇몇 전문 과목을 교육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대리급을 대상으로 28개 과정을,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13개 심화과정을 추가했다. 이 회사 손정호 대리는 "한.미 FTA 시대에는 지식경영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직원들의 수강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에 지식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동아제약.보령제약.녹십자 등 10대 제약사들은 MBA 과정은 물론, 리더십 교육 등을 개설해 핵심인재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미 FTA로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분야인 제약업계가 시장 개방에 맞서기 위해 지식 무장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보령제약은 최근 '팀장 리더십스쿨'을 만들었다. 미래 핵심인재로 성장할 리더를 조기에 육성한다는 취지다. 대리부터 차장급을 대상으로 하는 6개월 과정으로, 총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 140명으로 시작해 단계가 올라갈수록 60명, 30명으로 줄어든다. 교육방법도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되는 '관전형 교육'이 아니라 경쟁심을 유발하는 '탈락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최우수 수료자는 연세대 경영대학원 입학금과 등록금 일체를 지원받는다. 보령은 또 임원을 대상으로 2년 과정의 '이그제큐티브 MBA' 과정도 개설했다. 한.미 FTA 시대를 앞두고 경영혁신 없이는 미국 제약사와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녹십자는 2005년 도입한 '사내 MBA'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과장급 이상만 이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교육 대상자 범위를 점차 넓혀나갈 계획이다. 녹십자 인재개발팀 신태형 부장은 "사내 MBA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직원에게는 국내 경영대학원 학비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했더니 교육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열기가 매우 뜨겁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사내 MBA 외에 리더십 과정과 전문직무과정 등을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녹십자 사이버 아카데미'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원 규모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학점 이수제'에 따라 전직원이 의무적으로 일정시간씩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한독약품은 매니저급 관리자에 대해서는 1인당 1000만원을 투자해 1년간의 MBA 축약코스를 이수하도록 했다.

이에 뒤질세라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법인들도 교육에 고삐를 죄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화이자의 경우 리더십 교육은 1대1 맞춤식으로 진행된다. 전문 교육 상담사와 1대1 개별 컨설팅을 통해 개개인에게 맞는 리더십과 개발방법이 마련된다. 또 모든 강의와 컨설팅이 영어로 진행된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