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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함정연출」 프로 비난 거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곤혹스런 상황에 빠진 인기인들의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몰래 찍어 방송하는 「몰래카메라」식의 TV코미디프로그램들이 웃음보다는 시청자들의 불쾌감만 부채질하고 있다.
각사 TV가 웃음을 볼모로 과당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지나치게 비윤리적이고 가학적이며 작위적인 진행을 계속하고 있는 탓이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는 날이 많아졌고 방송계 안팎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
국내에 이런 종류의 코미디프로가 선보인 깃은 지난 90년4월께부터다. 연예인들이 꾸며낸 기이한 행동, 혹은 일상의 해프닝에 대한 시민들의 재미있는 반응을 화면에 담은 「몰래카메라」가 그것으로 MBC-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로 자리 잡았다.
큰 인기를 끌자 몰래카메라는 이 프로의 대들보격으로 위치가 격상됐고 연예인과 사회에 얼굴이 잘 알려진 유명인들이 웃음거리의 표적이 됐다. 시청률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기에 바빴다.
이에 질세라 KBS-2TV 『한바탕 웃음으로』는 지난해 「놓치기 싫어요」코너를 뒤늦게 신설, 미국식 몰래카메라를 도입해 시청자 눈길끌기에 나섰다. 미국의 시청자들이 비디오로 찍은 해프닝장면들을 모아 방송한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해말 개국한 SBS-TV가 「꾸러기카메라」라는 프로로 경쟁대열에 뛰어들었다. 그 내용과 진행방식이 MBC의 몰래카메라와 흡사한 것이 문제가 돼 한바탕 논란이 있었다. KBS쪽이 몰래카메라의 아류였다면 SBS쪽은 아예 베끼기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시각에 대해 KBS·SBS는 몰래카메라가 어떻게 MBC의 전유물일 수 있느냐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런 프로는 이미 지난 60년대부터 미국·일본 등 외국에서 코미디의 한 분야로 써 먹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내용에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흥미위주로 가다보니 정도가 지나쳐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SBS의 꾸러기 카메라. 지난 몇달간 이 프로에 나와 봉변 당한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고 부담 없는 미소를 지은 시청자들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가수 이재영의 경우 비싼 도자기를 깨뜨렸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부인하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됐다.
얼마전에는 식당에서 전복 죽을 먹던 탤런트 최주봉이 죽 속에서 진주가 나오자 그 소유권을 놓고 주인과 다투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제작진의 비상식적인 함정연출에 연예인들이 성품과 인간성을 속수무책으로 시험받은 꼴이다. 『재미도 좋지만 해도 너무했다』는게 시청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가수 송대관·양수경·윤익희·김국환 등이 「당한」경우도 마찬가지로 프로의 가학성과 비윤리성을 웅변하는 것이었다.
NIBC-「「V의 몰래카메라는 이와는 경우가 조금 다르지만 소재개발의 한계가 간혹 엿보여 장수인기프로로서의 위치에 불안감을 던져 줄 때도 있다.
방송계에서는 SBS 꾸러기 카메라의 문제점을 몇가지로 요약한다.
일본의 유사프로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 하나다. 현재 방송되는 내용과 전개방식이 일본의 「도키리카메라」를 빼다 박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적은 연예인을 괴롭히거나 도덕성을 시험해서는 안되며 이는 정도를 넘어선 방송사의 횡포라는 것이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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