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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공부 대신 과외 활동…에세이는 당돌하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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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04면

“미국에 가본 적도 없고 유학 준비학원 근처에도 간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였더니 하버드대 합격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토박이들의 美 명문대 입학 비결

강화도의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김은지(19ㆍ대원외고 졸업)양은 독학으로 미국 하버드대에 올해 당당히 합격했다. 김양은 남들처럼 해외 영어 연수를 간 적이 없고 부모의 ‘스케줄 관리’를 받은 적이 없다. 지난해 『가난하지만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란 책을 냈던 프린스턴대 김현근(20ㆍ한국과학영재고 졸업)군도 마찬가지. 이들은 내신(GPA)ㆍ수능(SAT)ㆍ선(先)이수학점(AP)ㆍ과외활동(EC)ㆍ에세이(자기소개서)ㆍ추천서 등 6개 관문을 혼자 뚫었다. 그것도 전액 장학금까지 받았다.

이들만이 아니다. 특목고와 달리 유학반이 없는 일반고교에서 미국 15위권 대학인 카네기 멜론대에 간 백승엽(서울 영일고 졸업)군, 미국 컬럼비아대에 간 이택규(인천과학고 졸업)군도 미국 땅 한 번 밟아보지 않은 국내 토박이들이다. 9월 미국 코넬대에 입학할 예정인 양바롬(19ㆍ민사고 졸업)군, 미국 미들베리대 에 입학하는 박지민(19)양도 있다.

7명의 토박이가 들려준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들에게 인터넷은 강력한 ‘무기’ 였다. 여기에서 입학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구했다. 스스로 시간표를 짜고 창의적인 과외활동을 곁들였다. 무엇보다 이들을 이끈 힘은 신념과 의지였다.

#비결1. 진솔한 삶을 에세이에 담아야

우리에게 없는 미국의 전형 절차가 에세이다. 500개 정도의 단어로 본인의 인생을 담아야 한다.

백승엽군은 반장 경력을 에세이의 주제로 삼았다. 백군은 “중학교 시절부터 매년 반장을 놓치지 않았고 고교 학생회장 시절 학교를 설득해 두발 자유화를 끌어낸 얘기를 담았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리더십 특별전형’으로 들어간 셈”이라고 말한다.
“강화여중에 다닐 때 1시간꼴로 다니는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면서 ‘왜 난 이런 곳에서 태어났을까’란 생각이 하루에도 몇 십 번씩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기적을 만들기로 했어요. 뭐든지 준비를 철저히 하면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 믿었고 저는 늘 준비돼 있습니다. 김은지라는 주식에 투자해주세요.”

김은지양이 하버드대에 제출한 에세이 ‘On rainy day’의 한 대목이다. 한때 어려운 가정형편을 탓하기도 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대원외고에 합격하는 등 역경을 극복한 과정을 담았다.

김현근군은 봉사활동의 감동을 부각했다. 김군은 자신이 가르친 시각장애인이 공부 방법을 의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와 기분이 상했지만 그 장애인이 얼마나 힘들게 문자를 보내는지를 알고는 깊이 반성했다고 한다.

특이한 경험을 우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러시아 고교에 유학한 뒤 미국 미시간대에 합격한 권영현(19)양은 여행가이드를 하면서 느낀 러시아 공산주의에 관한 에세이를 썼다.

#비결2. 창의적인 과외활동이 중요

양바롬군은 국제인권운동 동아리 활동 경력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 동아리는 아프리카ㆍ중동 일부 국가들이 인권운동가를 살해하지 못하도록 항의 서한을 보내고 기금 모금활동을 했다.

인천과학고의 첫 유학생인 이택규군은 “집 주변의 사회복지시설에 일일이 전화해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이런저런 이벤트에 참여해 인맥을 쌓아두라”고 조언했다.

자신만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게 좋다. 김은지양은 서예대회 수상 경력과 외국인들에게 서예로 글을 써준 사실을 부각했다. 김현근군은 서울대 교수의 지도를 받으면서 한국영재과학고 친구들과 함께 쓴 유전자 관련 논문이 한국유전학회지에 실린 사실을 담았다. 백승엽군은 자신의 취미인 요리를 최대한 두드러지게 했다. 박지민양은 “학원을 안 가는 대신 그 시간을 창의적인 과외활동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나 프린스턴대ㆍ예일대 등 최정상급 대학들은 SAT 점수가 높거나 너무 많은 과목의 시험 결과를 제출하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 학생들 중에서 SAT 만점을 받고도 이런 대학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해 민사고 졸업생 중 SAT 독해 만점자는 16명이었고 이 중 일부만 이 세 대학에 입학했다.

김현근군은 SAT 점수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에세이나 과외활동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프린스턴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택규군은 SATⅠ 점수가 2060점(만점은 2400점)에 불과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대학장은 13일 서울에서 열린 입학설명회에서 “올해 SATⅠ 만점자 3명을 탈락시켰다. 이들은 ‘점수 벌레’에 불과하다. 우리는 우리 학교 특성에 맞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비결3. 정보의 寶庫, 인터넷

학원의 도움을 받지 않은 이들에게는 인터넷이 정보의 원천이었다. 각종 국제 봉사활동, 인턴 관련 정보 등 유학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았다. 다음 카페의 ‘Real SAT’(http://cafe.daum.net/newrealsat)이나 ‘미래를 여는 지혜’(http://cafe.daum.net/gointern), 싸이월드의 ‘사이 좋은 세상’ 코너가 대표적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미지센터(www.mizy.com)나 노동부ㆍ국가청소년위원회를 즐겨찾기에 등록해놓으면 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박지민양과 김은지양은 몽골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이 정보는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구했다. 김현근군은 “Real SAT이나 미국 College Confidential(www.collegeconfidential.com) 사이트에서 과외활동이나 SAT 점수 등 선배들의 합격비결을 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글쓰기 방법을 다룬 『The Element of style』『100 Successful College Application Essays』『50 Successful Harvard Application Essays』등의 책도 도움이 됐다.

#비결4. 가난을 이겨낸 어머니의 힘

김은지양과 김현근군의 어머니는 식당 일, 방문교사 등을 할 정도로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다. 생활에 쫓기다 보니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은지 아버지는 “등록금을 댈 자신이 없으니 아무 대학이라도 장학금을 받고 가라”고 했다. 현근군 아버지도 아들의 꿈을 듣고 적극 지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어머니는 달랐다. 외국 유학 관련 책을 사다주기도 하고 학업을 등한시하면 강하게 질책했다. 때로는 매를 들기도 했다.

박지민양은 “동생 선물비를 마련하려고 버스비를 아껴야 할 만큼 가난하지만 엄마는 늘 웃음을 잃지 않고 나의 꿈을 격려했고 그런 엄마가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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