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측 "앞으로 지도부 흔들면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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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일 평소와 다름없이 대선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캠프 관계자들은 종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이재오 최고위원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한국을 방문 중인 일본 자민당 소속 의원단 9명과 면담한 뒤 인천 중앙병원을 찾아 산업재해 환자들을 위로했다. 그는 병원에서 환자 보호자들의 요청으로 의식불명에 빠진 어느 중환자의 손을 잡고 기도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갈등과 관련해 "올해 대사를 앞두고 당이 빨리 안정돼 한마음으로 나가도록 노력하는 게 국민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라는 것이 우리가 원한다고 원하는 대로 표를 얻는 것이냐"며 "부족하면 분발하고 당의 변화와 개혁을 이뤄야 하는데 변화와 개혁은 강한 의지를 갖고 개혁안을 실천하는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 속에는 이 최고위원의 사퇴가 당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녹아 있다. 또 이 전 시장 측에 당 수습안을 조속히 수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날 밤 늦게 이 전 시장이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막고 강재섭 대표 체제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자 한선교 대변인은 "당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은 막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캠프 사무실에서 4.25 재.보선 당시 무안-신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강성만 후보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강 후보가 "(선거에서) 100% 이겨야 한다는 것이 바로 오만 아니냐"는 물음에 박 전 대표는 "맞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당은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단결해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다음번에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이날 저녁 '갈등 봉합' 소식이 전해지자 전면전은 일단 피했다는 안도감이 흘러나왔다. 유승민 의원은 "일단 당의 단합을 위해 잘된 일로 보인다"며 "당 지도부가 하루속히 정상화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도 "이 전 시장 측이 강 대표 체제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며 "앞으로 강 대표 중심으로 단합하려면 이후에도 지도부를 흔들어서는 안 되고 무조건적으로 지도부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이어 "잠시라도 당이 분열 쪽으로 가도록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것은 반성해야 한다"며 "이재오 최고위원의 경우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린 만큼 그에 상응하게 당의 단합과 화합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이 최고위원의 당초 사퇴 방침에 대해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 최고위원의 사퇴 논란은 후보 경선 전에 지도부를 흔들어 이 전 시장 측이 당을 장악하고 자기들 방식대로 당을 운영하자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며 "이 최고위원의 사퇴가 재.보선 참패에 따른 쇄신이라는 것은 그럴싸한 명분에 불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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