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외설영화(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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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탈리아 영화라면 우리는 세사람의 거장을 떠올린다. 『자건거 도둑』의 비토리오 데 시카,『길』의 페데리코 펠리니,그리고 『무방비도시』의 로베르토 로셀리니. 주로 1950년대와 60년대에 활동한 감독들이다.
이들의 작품이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전쟁으로 황폐화된 당시의 암울한 사회를 그리면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내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영화사에서는 이것을 네오 리얼리즘영화라고 한다.
이 네오 리얼리즘영화는 사회와 인간의 모습을 아무런 과장이나 가식없이 있는 그대로를 그리되,그 밑바탕에 짙은 휴머니즘을 깔고 있는게 특색이다.
따라서 이 네오 리얼리즘은 한때 세계영화의 주조를 이루면서 이탈리아 영화를 세계시장의 선두주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빛나는 전통을 지닌 이탈리아영화가 60년대 이후 할리우드의 상업주의에 밀려 사양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할리우드영화의 무차별 공격을 받고 희생된 것은 이탈리아 영화 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세계영화계가 모두 빈사상태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코자 한 것이 인간의 성문제다. 특히 이탈리아의 네오 리얼리즘 전통을 이어 받고 있는 피에르 파졸리니는 그런 부류의 대표적 영화감독. 스스로 호모 섹스때문에 피살되기도 한 파졸리니감독은 기독교 좌파이면서 마르크시스트며 프로이트의 신봉자다. 그래서 그의 작품 『마태복음』은 기독교 신앙을 다룬데 비해 『테오레마』같은 영화는 한 남자가 한 가정을 붕괴시키는 과정을 비정하게 그리고 있다.
이번 대학가에서 상영돼 말썽이 된 『살로·소돔의 1백20일』은 사디즘의 원조 사드후작의 소설을 토대로 인간의 성에 대한 변태적 모습과 잔인성을 병적일 정도로 집요하게 추구한 영화다. 따라서 이 영화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외설과 잔혹성 때문에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실험적이고 좋은 영화를 놓아두고 검열에도 통과되지 않은 그런 영화를 캠퍼스에서 굳이 상영한 이유를 모르겠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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