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마흔 넘어 여드름이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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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춘기도 아닌데 왜 이리 얼굴 여기저기에 청춘의 심벌이 만발한 걸까'. 20~30대는 물론 40대 이후에도 여기저기 솟아오르는 여드름 때문에 병원을 찾는 이가 많다. 여드름이 원인인 경우도 있고, 여드름 유사 질환도 많다. 오늘은 대한피부과학회가 정한 '제5회 피부건강의 날'. 성인기 여드름과 유사질환을 해부해 본다.

◆ 때 늦은 성인 여드름=여드름은 피지선에 생긴 만성 염증성 질환. 면포(누런 피지와 각질 덩어리), 염증성 여드름, 농포(고름 물집) 등 다양한 모습을 띤다.

원래 여드름은 청소년기에 발생한다.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이 분비되면 피지 분비가 급증하고, 모낭의 각질 형성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각화돼 모낭 입구를 막는다. 여드름은 여기에 피부에 상주하던 여드름균이 증식하면서 나타난다. 사춘기 때 절정을 이루던 여드름은 20대 초반만 돼도 기세가 꺾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늦은 출산 연령 ▶피부질환에 대한 관심 증가 ▶부적절한 화장품 사용 ▶오염물질 증가 등으로 25세 이후 발생하는 성인 여드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서대헌 교수는 "20대엔 여드름이 20~35%, 30대 10%, 40대에도 5% 이상 성인 여드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원래 출산을 하면 호르몬 변화로 여드름 발생이 40~50% 줄어든다.

나이 들어도 사라지지 않는 피지 질환은 원인 규명과 이에 따른 다양한 치료가 필요하다. 사진서울대병원 피부과 서대헌 교수가 33세 여성 여드름 환자에게 레이저 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

◆ 여드름, 조기에 적극 치료하자=염증성 여드름을 방치하면 깊은 흉터가 된다. 염증 없는 단순 면포도 잘못 건드리면 염증성 여드름으로 진행한다.

치료는 국소 치료와 전신치료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피지 분비를 억제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항생제.살리실산. 레티노익산 등을 발라 주는 것. 딱딱해진 여드름엔 그곳에 직접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기도 한다. 먹는 약은 장기간 좋은 효과를 위해 권장된다. 서 교수는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테트라사이클린 등 항생제를 석 달은 복용해야 하며, 피지 분비를 억제하는 이소트레티노인 제제는 3개월에서 1년간 복용해야 좋은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으므로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은 금기다.

최근 비약물 요법도 많이 활용된다. 가시광선이나 적외선을 10~30쯤 조사하는 광치료, 빛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광감각제를 바른 후 2~4시간쯤 지나 가시광선.적외선 등을 쬐는 광역동 치료, 이밖에도 레이저 치료 등이 많이 이용된다.

◆ 여드름 유사 질환 치료=딸기코로 알려진 주사가 있다. 혈관 확장이 원인인데 처음엔 코 주위가 붉다가(1단계), 차츰 피부가 붉게 튀어나오며(2단계), 결국엔 주변 조직이 두꺼워져 딱딱하고, 울퉁불퉁해진다(3단계).

1단계 때 염증을 가라앉히고, 혈관 확장을 줄이는 메트로니다졸 계통 약을 지속적으로 발라야 한다. 2단계만 돼도 먹는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며, 3단계로 넘어가면 레이저를 사용해도 울퉁불퉁한 피부 병변을 없애기 힘들다. 주사 환자는 맵고 뜨거운 자극성 있는 음식, 심한 운동, 더운 물 목욕, 햇빛 등 얼굴 홍조를 일으키는 자극을 피해야 한다.

입술 주위에 염증성 여드름 같은 병변이 생기는 '구(口) 주위염' 은 20~30대 여성에서 반복해 잘 생긴다. 입술 경계면 5㎜까지 피부는 오히려 창백할 만큼 깨끗한 게 특징. 지성 피부인 사람이 크림타입의 보습제나 파운데이션, 스테로이드 연고를 계속 바를 때 나타난다. 치료는 테트라사이클린 계통의 약을 석 달 이상 복용하는 것.

얼굴 뾰루지 형태로 나타나는 단순 모낭염도 여드름과 잘 혼동되는 피부병이다. 에리스로마이신 같은 항생제를 먹고 바르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피지가 막혀 뭉쳐 생기는 비립종은 피지 제거가 치료법. 감염 예방을 위해선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게 안전하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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