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 자라는 어린이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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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동호(42.회사원) 씨는 딸(10)을 위해 지난달 말 어린이 펀드 계좌 두 개를 개설했다. 딸의 과외비 마련을 위해서다. 돈은 외식비 등을 줄여 마련하기로 했다.

김씨는 "딸의 장래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를 통해 경제 관념을 심어줄 수 있고 운 좋으면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참가할 수 있어 펀드 가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어린이 날을 비롯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김씨처럼 자녀에게 어린이 펀드를 선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많아야 연 5%에 불과한 저축으로는 물가상승률도 따라잡기 힘들어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증시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펀드 투자를 통해 살아있는 경제 교육을 시킬 수 있어서다.

◆3월.5월 급증하는 어린이 펀드=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자사의 어린이 펀드인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주식G1'과 '미래에셋우리아이적립형주식GK-1'의 가입 계좌수는 3월 4만 개 가까이나 됐다. 2월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입학 시즌인 3월과 어린이 날이 낀 5월에 가입자가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5월에도 어린이 펀드 가입자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펀드는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한 재테크 수단일 뿐 아니라 경제 교육 효과도 있다고 알려지면서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 펀드는 일반 펀드에 상해보험 가입, 경제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 부가 혜택을 결합한 펀드다.

기본 목적이 학자금 마련 등의 재테크에 있는 만큼 적립식으로 장기간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어린이 펀드가 업종 대표 우량주, 가치주를 편입하는 등 장기 투자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수익률이 일반 주식형 펀드와 비교했을 때 쳐지지 않고 오히려 앞서기도 하는 이유다. SH자산운용의 'Tops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주식1'의 6개월 수익률은 20%에 육박할 정도다.

어린이 펀드는 자녀 경제 교육 수단으로도 적합하다. 어린이 펀드는 대부분 부모가 자녀 명의로 가입해 돈을 대신 내주는 식이다. 용돈을 펀드에 넣어주는 셈인데, 자녀는 시장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펀드 수익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경제를 배울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각 운용사가 서비스로 제공하는 경제 교육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증여세 절감 효과도 있다. 10년간 1500만 원(원금 기준)은 증여세가 면제된다. 다만 혜택을 받으려면 관할 세무서에 미리 신고를 해야 한다.

◆3운용 실적 보고, 서비스 따지고=어린이 펀드이지만 투자인 만큼 과거 수익률을 잘 따져보고 골라야 한다. 특히 길게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운용 성적이 좋은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성과가 비슷하다면 자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따진다.

삼성투신운용의 어린이 펀드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운용 보고서를 제공해 이를 통해 자녀와 함께 펀드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연 2회 중국 상하이 연수 프로그램을, KB자산운용은 파주 영어마을 캠프 체험 기회 등을 추첨을 통해 가입자들에게 제공한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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