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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다가오니… 곳곳서 완화· 축소 요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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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24면

수도권은 남한 면적의 11.8%(35억 평)에 불과한 땅이지만 전체 인구의 48.3%(2378만 명)가 사는 밀집지역이다. 정부는 1960년대부터 인구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곳곳에 규제 그물을 쳤다. 수도권에만 있는 게 3대 권역 규제다. 이른바 자연보전ㆍ과밀억제ㆍ성장관리 등 권역이다. 그린벨트ㆍ군사시설보호구역ㆍ상수원보호구역은 다른 지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건설교통부 박무익 수도권정책팀장은 “수도권 지자체들이 규제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과장하기 위해 규제의 정도를 부풀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첩된 규제가 이처럼 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곳은 수도권 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개발 압력 갈수록 거세져… ‘그물 풀기’ 고민

경기도 광주시 경안천 주변의 자연 보전권역.

개발압력 커진 자연보전권역ㆍ상수원관리지역=신세계첼시가 경기도 여주군의 건축허가를 받아 짓고 있는 아웃렛은 위법 논란으로 개장 날짜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정비법상의 자연보전권역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폭 20m 보행로를 사이에 두고 기준 면적 이하로 양쪽에 각각 건물을 지은 것이 문제였다. 경기도와 건교부는 사실상 하나의 건물이므로 기준을 초과했다고 판단했다. 신세계첼시로서는 최악의 경우 다 지은 건물을 헐어야 할 판이다.

자연보전권역은 수도권정비법이 정한 3대 권역 중 하나다. 다른 2개 권역(과밀억제ㆍ성장관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어렵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건축물 신축도 금지된다. 자연보전권역의 비도시지역은 어떤 경우에도 50만㎡(15만 평)를 초과하는 택지를 조성할 수 없다. 오염총량제가 시행되는 도시지역에서는 10만㎡(3만 평) 이상 개발이 허용되지만 총량이 적다. 대규모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성장관리권역은 대형 건축물 신축에 대한 규제가 없다. 30만 평 이상의 대규모 택지조성도 심의를 통과하면 허용된다. 과밀억제권역은 서울과 인접 위성도시 지역으로 대형 건축물을 세울 수 있지만 과밀부담금이 부과된다.

자연보전권역의 규제가 가장 강력한 것은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 오염을 막기 위한 명분에서다. 팔당호 주변은 무려 7개 법률에 의해 개발 등을 규제하고 있다. 증설이 불허된 하이닉스 이천 공장이 있는 곳은 특별대책지역Ⅱ로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시설이 제한된다.

이 같은 자연보전권역ㆍ상수원관리지역 규제 때문에 수많은 개발업자가 속앓이를 했다. 5대 신도시 건설이 마무리된 1990년대 후반 개발업자들이 새로운 땅을 찾아나설 때였다. 이들은 분당 신도시와 가까운 경기도 용인ㆍ광주, 그리고 일산 신도시 건너편 김포 등 세 곳을 점 찍었다. 용인에서는 성장관리권역의 준농림지 개발 열기에 힘입어 재미를 봤다. 김포에서도 부진하긴 했으나 그럭저럭 아파트를 지어 팔았다. 하지만 광주에서는 땅과 돈이 묶이고 말았다. 자연보전권역 규제 때문이다. 이른바 ‘오포 게이트’에서 드러났듯 개발업자들은 규제를 뚫기 위해 정ㆍ관계 로비를 시도했다. 땅을 여러 조각으로 쪼개 편법으로 개발하기도 했으나 이마저 법 개정으로 어려워졌다.

용인시는 권역에 따른 개발효과의 차이를 선명히 보여준다. 용인 서쪽 지역의 수지ㆍ기흥ㆍ구성은 성장관리권역이다. 아파트 부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개발이 진행됐다. 반면 동쪽의 양지ㆍ모현 등은 자연보전권역이어서 용인 서쪽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분당을 시작으로 용인ㆍ판교ㆍ동탄ㆍ광교(이의)ㆍ오산ㆍ평택 등 경부축의 개발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서울과 가깝고 벌판으로 남아있는 자연보전권역은 다시 거센 개발압력에 직면해 있다. 대표적으로 용인 모현, 광주 오포는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소문에 몇 달째 땅값이 요동치고 있다. 정치권의 움직임은 권역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하이닉스 증설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 팔당호 유역을 청정산업단지, 교육 및 연구단지 등 조성, 기존 시가지 정비, ‘명품 신도시’ 건설 등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 구상은 상수원지역의 개발 청사진까지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 축소 공방=양주시 장흥면 부곡리.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이 땅 개발에 어떤 힘을 미치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마을을 통과하는 도로를 기준으로 보호구역이 설정돼 한쪽은 아파트촌으로, 한쪽은 허름한 마을로 대조를 이룬다. 경기 북부지역은 총면적의 44%인 5억7202만 평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주민들은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족쇄라며 원망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 중 통제보호구역은 단독주택ㆍ공동주택ㆍ근린생활시설ㆍ공장ㆍ공연장ㆍ대학교의 신축이 전면 금지된다. 제한보호구역에서는 군부대의 동의를 받아야 제한적으로 신ㆍ증축이 허용된다.

정부는 군사분계선 인접지역의 통제보호구역을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5㎞ 이내에서 10㎞ 이내로 축소하는 내용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국회에 넘겼다. 민통선 밖에 있는 군사시설 주위의 통제보호구역은 군사시설의 최외곽 경계선으로부터 500m, 제한보호구역은 1㎞ 이내에서 각각 300m와 500m로 축소된다.

수도권 북부지역의 연천ㆍ파주ㆍ양주ㆍ고양 등의 주민들은 이 정도로 성이 차지 않는다. 추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민간인통제보호구역을 군사분계선 15㎞에서 10㎞로 축소하는 정부안은 민통선이 지금도 10㎞ 내에서 운용되고 있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안이 국회 국방위에 상정될 때 이재창 의원(한나라당) 등 여야 14명의 의원은 공동 발의한 내용을 반영해 정부안을 수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의원안은 제한보호구역을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5㎞ 이내에서 15㎞ 이내로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을 10㎞ 북상시키면 수도권 북부에서 군 동의를 받지 않고 개발할 수 있는 땅이 확 늘어난다. 이재창 의원 측은 “2년여를 기다려온 만큼 경기도와 함께 총력을 다해 법안을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25㎞와 15㎞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25㎞ 범위는 작전상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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