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방문 채무상환협의/이환균차관보(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채무보증 「문서화」반대에 애먹어”
남모르는 속사연이 가장 많은 사이가 바로 남녀관계와 대차관계다.구소련에 꿔준 빚문제로 최근 러시아연방을 방문,「구소련의 보증채무를 러시아가 전액 승계한다는 법률문서를 받기로」하고 돌아온 이환균재무부2차관보를 만나 한국과 러시아와의 대차관계에 얽힌 속사연의 「일부분」을 들어봤다.
▲우리가 꿔준 빚은 어디에 쓰였나.
『15억달러 한도의 소비재차관(생필품을 수출하며 그 대금을 꿔준 것)은 90% 이상을 러시아연방이 썼다고 했다. 그러나 10억달러의 현금이 건너간 은행차관은 전액 「구소련의 채무 상환」에 썼다는 것이 그네들의 설명이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미묘한 이야기도 된다. 우리가 간섭할 문제는 아니나 바로 이 때문에 러시아가 소비재차관은 몰라도 은행차관만큼은 전액 책임지지 못하겠다고 해서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러시아가 채무 전액상환을 약속해도 우리는 경협약속분의 75%만을 재게하겠다고 했는데.
『우리의 경협은 러시아만이 아니라 다른 구소련 국가들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러시아가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
『내달중순 러시아측 대표단이 방한할때 이자의 일부분을 갚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처음에는 「약속은 하되 문서화는 어렵다」고 했다는데.
『채무를 전액 보증한다는 것이 문서화되면 다른 공화국들이 아예 잘됐다 싶어 나 몰라라 하고 돌아앉아 버리지 않겠느냐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결국 문서화에 동의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소비재차관의 재개가 러시아에는 절실한데,우리의 여론이나 언론을 납득시킬만한 문서가 없이는 소비재차관의 재개가 어렵다는 설득이 주효했다.』
▲대소 경협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은 여전히 불안한데.
『단순한 금전적인 대차문제로 대소 경협을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간 우리가 얻은 것도 있고 또 앞으로도 길게 봐야 한다. 서방선진국들도 최근 다시 경협을 재개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봐주기 바란다.』<김수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