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고장에선] 차보험료 지역차등제는 '보험사만 좋은 일'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내년 시행 예정인 자동차보험료 지역차등제에 대해 전북지역의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교통사고가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부담시키는 새로운 개선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주시를 비롯한 전북도내 자치단체들은 "지역불균형 발전으로 도로여건 등이 열악한 상황에서 보험요율을 차등 적용하려는 것은 새로운 지역 차별"이라며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전북도내의 시장군수 및 시민사회단체 등도 함께 손을 잡고 범도민대책위를 구성해 보험료 지역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서명운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내년 5월 시행예정=금감원이 밝힌 '자동차 보험요율 개선 방안'은 내년 2월까지 공청회 등 여론수렴을 거쳐 늦어도 내년 5월부터는 시행될 예정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사고가 많이 발생해 자동차보험금 손해율(징수한 보험료 대비 지불한 보험금 비율)이 높은 지역의 운전자는 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많이 내야하며, 반대로 손해율이 낮은 지역의 거주자는 보험료 부담금이 줄어 들게 된다.

전북도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02년 기준 75.8%로 강원도(80.8%).충남도(80.3%)에 이어 전국 세번째로 높다. 전국 평균치는 69.3%로 지역별 요율차등화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전북도민들의 보험료 부담금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료 개선안'의 기본취지가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높이고 보험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지자체의 자동차 사고예방 노력과 운전자들의 법규준수 의식이 높아져 결국 모든 보험 가입자들의 평균 보험료 부담이 가벼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도로여건 무시한 지역차별=전주시는 '개선방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공개 항의서를 발송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김완주시장은 이 항의서한에서 "지역별 요율 차등화는 여건을 고려치 않은 '지역차별'이자 보험사의 수익만을 생각한 개악"이라며 "특정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 정책으로 새로운 연좌제"라고 비난했다.

김시장은 "지역 불균형 발전으로 도로여건 등이 열악한 상황에서 자치단체에 도로개선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은 사회기반시설을 책임져야 할 중앙정부의 책무를 지역주민에게 전가시키는 잘못된 행위"라고 말했다.

전주시는 이달중으로 전북도내의 시장군수협의회의 공식의제로 채택해 대응책을 마련, 금감원이 차등제 개선안을 철회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공동대처해 나갈 방침이다.

또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범도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서명에 나서는 한편 공개토론회, 세미나 등을 열어 여론을 결집하기로 했다.

◇ 열악한 도로여건=2001년말 기준 도로 포장률을 보면 전북은 72%로 전국 평균(76.7%)에 크게 밑돌았으며 비포장도로는 22.9%로 전국 평균(14.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북지역의 교통안전표지판은 총 4만9천7백26개로 1km당 설치 갯수가 7.9개여서 전국평균치(9.1개)보다 10%이상 적다.

이처럼 도로여건이 열악하고 안전시설이 미비하다보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및 부상자 발생빈도가 타지역보다 높다. 교통사고 1건당 사망자는 전국 평균 0.031명, 부상자는 1.48명인데 반해 전북지역의 사망자는 0.046명, 부상자는 1.59명이나 된다.

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