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헌혈로 영호남 화합을|각계 3천명 지리산 우정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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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영호남의 영원한 우정과 화합을 사랑의 헌혈로-.」
우리의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범국민적인 화합을 다지기 위한 「지리산 우정의 대잔치」가 24일 오전 전북 남원군 88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에서 열렸다.
이날 잔치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중앙협의회(회장 조일묵·56)가 우리 국민의 뇌리 속에 잠재해 있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뿌리째 뽑아내자는 취지로 영-호남 6개 지사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상대지역 환자들을 위한 헌혈을 통해 피로써 「우리는 하나」임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한 것.
강영훈 대한적십자사총재와 강상원 전북지사 등 영호남 각계인사 3천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는 영호남 봉사회원 1백50명씩이 현장에서 헌혈했으며 호남인에게서 채혈된 혈액은 영남지역으로, 영남인에게서 채혈된 혈액은 호남지역으로 보내 영원한 화합을 다짐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 11시 개회식에 이어 행사취지낭독·강 총재 치사·강 지사 환영사·봉사회원 헌혈·민속공연·장기자랑 순으로 오후 5시까지 흥겹게 진행됐다.
『내 피가 영남지역 환자를 살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헌혈을 했습니다.』
자신의 손목을 내밀어 헌혈을 마친 박재현씨(24·적십자사 전주지사 단원)는 『인도주의실천을 내건 적십자가 망국적인 지역감정해소를 위해 나선 이상 영·호남의 화합은 시간문제』라며 환하게 웃었다.
강 총재는 치사를 통해 『그동안 우리는 서로의 가슴에 지역적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살아온 것이 사실이지만 오늘 사랑의 피 나눔으로 모두가 한 가족·한 동포임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우리 이웃이 더 이상 반목과 질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참석자들이 이웃들에게 가슴을 열고 사랑을 실천하자』고 촉구했다.
대구 동구 노인회의 농악, 경남지역의 사물놀이, 광주·전남의 남도창, 전북의 민요·성주풀이·판소리 춘향가….
오후 4시. 판소리가락과 농악소리가 흥을 돋우었고 참석자들은 「우리는 영원히 하나임」을 외치며 둥근 원을 그렸다.
『우리는 모두 한 핏줄인디 전라도 경상도가 왜 싸운단 말이여』 춘향가 가락에 서투른 춤사위를 뽐내던 60대 촌로는 다가오는 대통령선거 때 정치인들이 어떤 못된 짓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길지 걱정된다고 했다.
오후 5시. 참석자들은 내년 대구에서 다시 만나 사랑의 피 나눔 행사를 갖기로 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남원=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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