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반발 커 패권 포기/수정된 미 국방계획 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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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냉전 종식불구 “도전적 발상” 호된 비판/군사력 감축안해 의회와 마찰 가능성
스스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변신,구소련과 같은 새로운 강대국의 출현을 허용하지 않겠다던 미국의 중장기국방계획이 우방과의 집단안보를 중시하는 내용으로 대폭 수정,공개됐다.
1994년부터 99년까지의 미국 국방정책을 담은 이 「국방계획지침」은 부시대통령의 승인을 앞두고 여론의 평가를 받기위해 국방당국자가 미국의 일부 신문에 유출함으로써 공개됐다.
미 국방부는 구소련 붕괴로 냉전체제가 종식된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하에서 미국의 역할을 정립하는 지침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지난 3월 그 내용의 일부 유출로 내외의 비판을 받은바 있다.
지난 2월 완성됐던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우방이나 과거의 적을 불문하고 어느 지역에서나 강대국으로서의 패권을 행사하는 것을 봉쇄,미국을 세계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으로,특히 이러한 유일초강대국론은 동아시아에서 일본,유럽에서 독일이 이 지역의 새로운 강대국으로 등장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억제하는 전략으로 평가되는 동시에 일종의 패권논리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미 국방부는 이 초안을 대폭 손질해 「유일한 초강대국」 골격을 과거와 같은 우방과 안보협력을 유지한다는 「집단안보」 골격으로 바꾸고 유엔의 역할도 좀더 적극적으로 명시했다.
예컨대 초안에 「미국은 잠재적 경쟁국가들에 그들이 국제정치에서 좀더 큰 역할을 추구하거나 그들 고유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좀더 도전적인 자세를 추구치 않도록 하는 새질서를 확립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수정된 안에서는 주요 우방의 역할증대를 위험시하지 않고 있으며 주요 우방들의 자국이익과 관련된 부문에서는 그들 나름대로의 리더십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전략적인 핵억지력과 주요전략지역에서의 비민주국가들의 적대행위에 대한 미국의 지도적 역할은 계속한다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특히 과거 냉전의 시대에는 블록화된 강대국들 간에 힘의 균형 정책을 추구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해 왔으나 이제 새질서 속에서는 힘의 균형이 아닌 안보협력체제 속에서 평화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기존 우방과의 협력을 재강조하는 동시에 해체된 구소련의 러시아,우크라이나공화국 등과도 안보면에서 협조해 나간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에 관해서는 한국과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중시하고 특히 양국에 방위비의 분담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태평양지역에서의 긴요한 정치적·경제적 이해를 유지하기 위해 이 지역에 상당한 군사력유지와 함께 한국·일본 등과의 안보동맹도 계속 유지한다고 돼있다.
특히 위기에 바진 쿠바와 북한이 전쟁을 도발할지도 모른다고 초안에 명시됐던 사항이 문서화에 따른 문제점 때문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전통적 우방인 유럽의 안보,원유의 이해가 걸린 중동안보 등에 미국이 적극 개입한다고 되어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병력 1백63만명 규모를 유지하며 두개의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의 군사력을 갖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사력의 수준은 초안때나 변화가 없어 국방비의 적극적인 감축을 요구하는 미 의회를 거치는 동안 다시 수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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