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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빅2 최측근 참모 ‘맞장 토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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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06면

이명박 측 정두언 의원 “박근혜 관련 제보와 증인도 무수히 있어”
박근혜 측 유승민 의원 “이명박 쪽서 회의 염탐 워터게이트 같아”

사회=먼저 두 예비주자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말해 달라.

정두언 의원(이하 정)=경제가 어렵고 정부가 무능하고 사회가 10년 넘게 좌편향됐다. 이명박 전 시장이야말로 이를 바로잡을 적임자다.

“형님 먼저”.(유승민 의원·왼쪽)“내 얘기 받아서 또 치려고.”(정두언 의원) 대화엔 위트가 섞였지만 양 캠프의 최근 감정을 반영하는 듯 분위기는 시종 긴장됐다. 유 위원은 토론이 끝난 뒤 “다시는 이런 자리에서 만나지 말자”고 했다. [신인섭 기자] 

유승민 의원(이하 유)=대통령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느냐가 중요하다. 잘못된 생각이 있으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지난 20년간 봐왔다. 박근혜 전 대표야말로 국가관이 투철하고 정도를 걸은 분이다.

사회=상대 주자의 불안한 점은 뭔가.

유=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은 다르다. 레이건 대통령은 B급 영화배우 출신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군인 출신이었다.

정=박 전 대표는 훌륭한 지도자고 한나라당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유=감사합니다.(웃음)

4ㆍ25 재ㆍ보선

사회=이번 재ㆍ보선에서 공동유세 불발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유=공동유세 불발은 선거가 처음 시작될 때 이 전 시장께서 두바이인가 인도에 가셨다. 각자 지역에 따라서 강점도 있는데 굳이 두 사람이 같이 다니면서 하는 게 좋은지 모르겠고.

정=공동유세는 제가 정식으로 제안을 받아서 하겠다고 했는데 성사가 안 됐다. 이번 선거는 의미를 새겨야 한다. 과거 재ㆍ보선은 노무현 실정 반사이익이라는 프리미엄을 가지고 치렀다. 그래서 불패신화를 이뤘는데 지금은 노무현 반사이익이 다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한나라당이 맥을 못춘다. 나는 이게 12월 19일 대선의 축소판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보내는 게 중요하다.

사회=지도부 책임론이 나온다.

유=당 대표가 사퇴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지도부 책임론은 피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아무나 나가도 이긴다는 대세론에 빠져 있었다. 그게 대선 실패를 자초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더 외연을 넓혀야 한다. 안에서 우리끼리 아옹다옹 싸울 게 아닌데 내부 문제에 함몰돼 있다.

유=한나라당의 문제는 자만ㆍ오만이다. 이대로 가면 이긴다는 생각이 제일 위험하다. 8개월 동안 장애물ㆍ함정을 다 극복하려면 50만ㆍ100만 표 이내의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돼야 된다.

정=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내 유력 주자 간 다툼이 장기화하면서 외면하기 시작했다. 빨리 이 국면을 종식시켜야 한다.

유=사람의 화려한 걸 보기보다는 저 사람이 어떻게 살아오고, 어떤 정치를 해왔고 그런 걸 봐야 한다. 한나라당에 부패의 추억이 슬며시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정권보다 10배는 노력해야지 겨우 국민들께서 봐줄 만한 당이다. 그래서 깨끗한 후보가 되는 게 중요하다.

검증

사회=이 전 시장의 96년 실정법 위반 문제로 검증 파동이 있었다.
정=그런 과정을 겪으며 국민도, 이명박 후보도 면역이 생긴다. 검증은 국민이 하는 거다. 후보는 검증 대상이 되는 거다. 지지율이 검증의 종합성적표다. 이 전 시장은 어떤 검증도 피하지 않지만 우리당 상대 후보에 대해선 어떤 검증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유=후보 간 검증을 우리만큼 죄악시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각 캠프가 자료를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상대를 검증한다. 당내 검증위가 만들어져 이 전 시장 사건을 검증했다. 김유찬씨를 매수해 해외도피시키고, 거짓 증언을 하게 만든 사건이다. 그런데 당 검증위원이란 사람들이 ‘그거 아무 일도 아니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의 오명을 벗으려고 천안연수원 팔고 음주운전 세 번만 하면 구의원 공천을 안 주는 당이다. 당시 돈을 나른 공범들은 구속됐는데 주범인 이 전 시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인가를 받았다. 이건 누군가가 비호해 주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 전 시장 캠프에서 정인봉 변호사의 배후설을 흘렸다. 이 전 시장이 저지른 추악한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데 어떻게 배후가 있나.

정=박 전 대표 쪽 주장으로 검증위가 구성됐다. 검증위에서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났는데 그게 잘못됐다면 도대체 어쩌자는 거냐. 하느님한테 검증을 해달라는 건지. 이 전 시장에 대해 네거티브를 하자는 박 전 대표 측 문건이 나왔다. 그 후 일련의 일이 이뤄졌다. 문건도 있고 정 변호사가 박 전 대표 특보인데도 배후설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유=당시 판결문을 보면 단계마다 아주 추악한 스토리가 있다. 돈을 줘서 거짓말 편지를 쓰게 하고 해외로 도피시키고 휴일이니까 광화문우체국에 와서 편지를 부치고.

정=저는 오늘 일방적으로 검증을 받고 요구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재료가 없는 거 아니다. 저희 캠프에도 무수한 제보가 들어오고 증인이 나타난다. 하지만 다 묻어두고 있다. 이 토론을 보는 사람들이 마치 상대방은 문제가 없다고 오해할까 봐 말씀을 드린다.

유=방금 ‘우리도 깔 거 많은데 참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겁줄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표의 면역을 위해서라도 공개를 하라. 우리는 같은 당 후보끼리 팩트가 아닌 이야기는 절대 안 한다.

정=검증위가 열렸을 때 한 방이면 날아간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제출하지 않았다. 이해를 못하겠다. 그렇게 문제가 많다 하면서 왜 제출을 않고. 한 방, 수십 방 다 있다는데. 오늘 토론회에서 그 한 방이라는 게 나왔으면 좋겠다.

유=우리 쪽에서 한 방이라고 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사회=정 의원이 홈페이지에 KㆍYㆍCㆍL 과 L 전 의원 등이 ‘한 방’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유=거기 나오는 Y가 저 아닙니까.

정=재미있는 사실은 내게 그 의원들의 실명을 물어보는 기자가 없었다. 다 안다는 거다. 마침 좋은 장을 만들었으니 다 얘기해 달라.

유=아니 후보 간 검증은 안 된다고 말한 분께서 한 방을 날리라고 말씀하시나.

정=안 된다고 말씀드린 적 있어요?

유=아니 검증은 후보가 하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정=아니 어떤 검증도 피하지 않겠다 했잖아요. (서류뭉치를 만지며) 이렇게 자료 많이 갖고 나왔거든요.

사회=유 의원께서 이 자리를 빌려서 직접 물어볼 생각이 없으신지.

유=오늘은 그런 얘기 할 생각이 없다.

정=그럼 언제 하시려고 그래?

유=그거야 뭐, 필요할 때 하는 거지요. 우리도 선거 전략이 있지.

사회=지난 검증 건에 대해 정 의원은 박 전 대표 측이 기획했다고 했는데.

정=정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한 사흘 전에 문건이 나온 거다.

유=문건 얘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하겠다. 지난주 우리 캠프에서 서청원 고문이 새로 오셔서 12명이 전략회의를 했다. 그런데 회의 결과가 A4 한 장에 요약돼 이 전 시장 쪽 핵심들이 다 돌려보면서 ‘이게 박근혜 캠프 전략회의 내용이다’고 했다. 서로 염탐하고 같은 당에서 남의 거 훔쳐보고 이런 짓 안 했으면 좋겠다.

정=아니 그럼 그게 그쪽 문건인지는 확인해준 셈인가.

유=남의 회의에 괜히 사람 보내가지고 그런 짓 좀 하지 마세요. 이런 게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 같은 거 아닙니까.

정=나는 그 문건이 실제 문건이었다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정 의원은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여러 제보ㆍ증언이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처리했나.

정=저희들이 그 사람들을 미리 못 오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냥 듣고 마는 거죠. 의도가 있다면 열심히 자료를 챙겨서 확인하겠지만.

사회=박 전 대표 캠프에서 추후 당 검증위에 검증 자료를 낼 계획은.

유=우리는 자료가 뭐 별로 없다.

정=이거 굉장히 뉴스다. 이거 헤드라인(기사 제목)이다.

경선 룰

사회=경선에서 여론조사 반영이 쟁점이다.

유=현장 유효투표수의 20%로 한다는 것은 이미 한나라당에서 확립된 전통이다. 이제 와 여론조사를 4만 명이 투표하는 것으로 하자는 이 전 시장 주장은 원칙을 깨자는 거다. 여론조사 지지도가 두 배 앞선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그렇게 여유가 없는지 말이 안 되는 생떼다.

정=‘국민 참여 경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나는 경선에 불참하겠다.’ 이게 누가 한 얘기냐면 박 전 대표께서 2002년에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한 얘기다. 박 전 대표는 국민참여를 많이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을 한다. 혁신위에서 국민참여 비율을 높여 5대5로 경선 룰을 만들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주장했던 국민참여 비율을 관례대로 하면 2나 3밖에 안 된다. 박 전 대표의 원칙ㆍ주장에 어긋나는 거죠. 박 전 대표가 당초에 탈당할 정도로 국민참여에 대해 많은 애착을 가지고 계셨으면 여론조사를 4만 명으로 맞추는 게 맞다.

유=2, 3이 어디서 나온 숫자입니까.

정=통계를 냈다. 나중에 보여줄게. 박 전 대표 쪽에선 모든 언론ㆍ여론조사는 틀렸고 ‘우리가 여론조사를 해보니까 앞서고 있다’고 하는 판에 그걸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다. 과거에 박 전 대표가 그래서 탈당하지 않았나. 박 전 대표가 원칙을 강조하는 정치인인데 그 원칙을 계속 지켜야지 뒤집으면 안 된다.

유=아니 박 전 대표가 탈당할 때 얘기하면 제가 말이 꼬일 줄 알고 그러는 모양인데, 박 전 대표가 탈당할 때 국민 참여 경선을 주장하다 안 받아들여서 탈당했고, 나중에 다 받아들여 복당했다. 벌써 언제인데 그리고 그 이후에 당 대표를 지낸 분을 무슨 탈당 때 그걸 가지고 지금 말씀을 하나. 이 전 시장 측에서 여론조사 비율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하면 저희는 8월 20일이라는 날짜에 대해 다시 문제를 삼겠다. 휴가철에 땀 뻘뻘 흘리면서 여당 후보는 그림자도 안 보이는데 우리끼리 경선할 이유가 뭐가 있나.

정=합의가 안 되면 현행대로 가는 거죠 뭐. 그러면 6월에 해야 한다는 얘기 아니에요?

유=합의가 안 되면 현행대로 가야죠. 박 전 대표가 그리 주장한 거 아닙니까.

정=현행대로 해도 된다는 얘기예요?

유=합의 안 되면 현행대로 가야 되겠죠.

정=분명히 얘기해요.

유=그럼요. 합의가 안 되면 현행대로 간다는 그건 뭐 너무나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

정=그러면 그렇게 해요. 합의에 연연할 필요가 없겠네.

당직자 중립성, 줄세우기 논란

유=선출된 당직자는 중립을 안 지켜도 되고 임명된 당직자는 지켜야 된다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궤변을 들으면서 귀를 의심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안 지켰다고 탄핵까지 한 당이다. 이 최고위원이 이런 생각이니까 공천을 가지고 당협위원장을 협박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공천으로 협박하고 줄세우는 행위야말로 구태 중의 구태고 정치권에서 제일 비열한 행위다. 이 전 시장 캠프를 위해 노력하고 싶으면 당연히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야지.

정=용어를 선택하자. 추악한, 비열한, 협박이라는 단어는.

유=협박을 받은 사람들이 있어요.

정=경선이라는 게 세 확보 경쟁이다. 더 많은 국회의원ㆍ위원장ㆍ당원을 확보하는 경쟁이 경선의 본래 모습이다. 이걸 줄세우기라고 표현하는 게 맞느냐. 해당 국회의원이나 위원장들이 나름대로 선택을 하는 건데. 해당 의원들을 능멸하는 언동이다.

한반도 대운하 vs U자형 국토개발

사회=정책 공약의 가장 쟁점은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다.

정=운하는 이 전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꾸준히 연구를 했다. 운하로 물류만 해결하는 게 아니라 일자리 창출, 수질 개선 등 다목적이다.

유=3면이 바다로 부산에서 인천까지 배로 30시간이 안 걸리는데 운하로 가면 관문 16개와 터널을 통과한다. 어떤 화주가 거기에 짐을 싣나.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공약으로 채택해선 안 된다.

정=서울시장 후보 당시 청계천 공약에 찬성한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말끔하게 다 됐죠. 대운하가 청계천보다 양반이다. 환경적으로 만들면 된다.

유=청계천은 비록 엄청난 전력이 들어가긴 하지만, 잘한 일이다. 한강ㆍ낙동강의 바닥을 파 시멘트를 발라 운하를 만드는 것과의 비교는 말이 안 된다.

정=새로운 일을 하다 보면 반대와 걱정에 부닥친다. 이를 극복해야 새로운 일을 창조할 수 있는 거다.

사회=박 전 대표도 U자형 개발 프로젝트가 있다.

유=인천∼목포∼부산의 서ㆍ남해안 개발은 제법 됐다. 부산에서 속초까지는 개발이 안 돼 있다. 해안을 중심으로 U자형 개발이 돼야 한다.

경제 정책

사회=경제 분야를 짚어보자.

정=이 부분은 박 전 대표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유=별 차이가 없어요.

정=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이명박 효과 즉 ‘MB 이펙트’라는 게 중요하다. 대선에서 이기면 이명박 효과가 나타나 소비가 늘고 투자가 늘고.

유=21세기 한국이 먹고사는 길은 사람밖에 없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저출산ㆍ고령화 시대에 경제성장을 이룬다.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그 자체가 엄청난 변화다.

국회의원 아들과 국회의원 운전기사 아들

정두언(50ㆍ서울 서대문을) 의원과 유승민(49ㆍ대구 동을) 의원은 서울대 상대 76학번 동기다. 정 의원은 재수를 했다. 둘 다 초선으로, 얼핏 비슷한 이미지이나 살아온 과정은 많이 다르다. 대구가 고향으로 경북고를 나온 유 의원은 아버지가 유수호 전 민정당 국회의원이다. 호남(광주) 출신으로 경기고를 졸업한 정 의원은 부친이 국회의원의 운전기사를 했다. 정 의원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김종필ㆍ박태준 전 총리의 공보비서관을 지냈다. 유 의원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했다.

두 사람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참모로 함께 뛰었다. 그러나 17대 대선을 앞두고 ‘빅2’에게 발탁되며 서로를 겨누게 됐다. 정 의원은 2001년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이 전 시장이 문병을 와 가까워졌고, 유 의원은 2005년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으며 핵심 참모가 됐다. 서로 좋아한다. 정 의원은 “저쪽에서 유승민만큼은 진심으로 인정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우리의 개인적 우정은 전혀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토론에서도 수시로 두 사람의 농담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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