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네오콘들의 꿈대로 세계는 돌아가지 않았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호 02면

지난 9일은 이라크 바그다드의 심장부에 있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동상이 무너진 지 4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지 20일째였지요. 조지 W 부시 전시 내각은 CNN으로 생중계된 그 장면을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승리의 미주(美酒)를 들었겠지요. 이 이라크전의 실질적 사령탑은 딕 체니 부통령입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현대판 전격전을 이라크에 적용했고,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그룹은 선제공격론과 민주주의 성전(聖戰)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했습니다.

만 4년이 지난 지금 이라크 정세는 이들이 꿈꾸던 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테러가 끊이지 않는 내전 직전 상황이지요. 이슬람 다수인 시아파와 소수인 수니파가 정치적 타결을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이 와중에 가장 득을 본 곳은 이웃 이란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분석했습니다. 과거의 앙숙 이라크가 세포분열하는 틈을 타 중동의 패권을 넘보고 있지요. 미국의 전략가들은 지금 이란과 이라크의 세력균형을 그리워할지도 모릅니다. 전통적 접근법이었지요.

지구본을 북한으로 돌려봅시다. 4년 전 이맘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백두산 삼지연 별장에 칩거했습니다. 이라크 전황을 지켜봤겠지요. 삼지연은 천혜의 요새입니다. 그 당시 북한의 첫째 요구사항은 안전보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평양은 그것을 구걸하지 않습니다. 핵무기라는 자위수단을 갖췄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이 금융제재로 동결한 자금을 찾아가라고 해도 뜸을 들입니다.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부시가 ‘악의 축’으로 지목한 3개국의 현주소입니다.

부시 행정부는 지금 ‘악의 축’을 다루는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현실주의 노선입니다. 일시적인지, 전략적 변화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쉽게 바뀌지는 않을 듯합니다. NSC 내 새 역학관계 때문이지요. 강경파들에게 집권 공화당의 지난해 중간선거 패배는 결정타였습니다. 정책 심판을 받은 셈이지요. 그 공백을 현실주의 그룹이 메우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바로 미국 NSC 내의 파워게임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이 곧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면엔 현실주의 대 이상주의, 국제 협조주의 대 일방주의의 대립이 숨어 있습니다. 현실주의는 아버지 부시의, 이상주의는 아들 부시의 간판 이념입니다. 같은 DNA를 갖고, 같은 사람을 썼던 부자(父子) 대통령이지만 노선이 선명한 대립 축을 이루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