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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상권 될까 ‘김칫국’ 일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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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24면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전경. A동(오른쪽)은 다음달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B동(A동 뒤)과 C동 앞 광고탑이 있는 건물은 삼성계열사가 아닌 개인 소유다. 신동연 기자 

삼성타운은 서초구 서초동 1320번지 일대 7500여 평에 자리 잡고 있다. A동 34층(삼성생명, 입주 5월), B동 32층(삼성물산, 12월 예정), C동 42층(삼성전자, 내년 3월 예정) 등 3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연면적은 11만7977평으로 여의도 63빌딩의 두 배, 서울역 앞 대우빌딩의 세 배 규모다. 국내 최대 복합 오피스 단지다. 이 중 A동은 3월 30일 준공 승인을 받아 다음달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연면적 3만3485평 규모로 지상은 업무시설, 지하 7개 층은 근린상업시설ㆍ전시장ㆍ주차장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서초동 삼성타운 첫 입주

삼성계열사가 삼성타운 전체를 쓰지는 않을 듯하다. A동 소유자인 삼성생명 측은 사무실을 계열사와 비계열사를 따지지 않고 최대한 임대한 뒤 남으면 삼성생명 영업조직을 입주시킬 방침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은 여전히 도심의 명동 일대가 중심”이라고 말했다. A동에는 용산 국제빌딩에 있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입주가 확정적이다.

유동인구 얼마나 늘까=대규모 랜드마크 건물이나 관공서가 이전하면 유입인구가 발생, 상권이 변하게 마련이다. 삼성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AㆍBㆍC동 합쳐서 상주인구가 2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는 1만2000∼1만5000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흔히 연면적 1만 평 이상 대형 빌딩이 완공되면 상주인구의 1.5배에 이르는 방문객이 생기고, 세 배가량의 유동인구가 주변 상가를 이용한다는 공식이 통용된다. 이 공식대로라면 강남역 상권 유동인구가 7만4000∼11만 명(상주인구 1만2000∼2만 명 전제)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타운의 절반 규모인 GFC측은 상주인구가 1년 전 조사에서 6000명 안팎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유동인구도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GFC 인접 역삼역의 하루 수송인원은 GFC 입주 전인 2001년 상반기 5만7808명에서 입주가 끝난 뒤인 2001년 하반기 6만3906명, 2002년 6만6751명으로 각각 7188명, 1만33명 증가했다. 자연증가분을 감안하면 GFC 입주에 따른 증가인원은 5000명 안팎이다. 맵리얼티 권미조 팀장은 “외국인 회사가 많아 밀도가 낮은 GFC와 젊은 층이 많이 상주할 삼성타운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남역 3, 4번 출구 상권의 변신=강남역 일대는 ▶아파트단지ㆍ대학교ㆍ산업단지가 들어선 경기 남부의 관문이자 ▶한남대교∼성남으로 이어지는 강남대로가 관통하고 ▶테헤란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풍부한 배후 상주ㆍ유동인구를 겨냥한 어학원ㆍ입시학원ㆍ극장ㆍ유흥시설 등이 가세하면서 상권이 확대돼 왔다. 1990년대 초반부터는 벤처기업들이 몰려들면서 테헤란밸리가 형성되기도 했다. 강남역 6, 7번 출구 쪽이 황금상권으로 불렸다. 전체적으로 이 지역 상권은 신분당선(2010년 7월), 9호선(1단계 2008년 12월) 개통과 맞물려 외연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한국유통대학 서정헌 교수는 “교보생명 사거리에서 출발한 강남역 상권을 삼성타운이 더욱 광역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미현 상가뉴스레이다 선임연구위원은 “삼성타운의 집객(集客)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서 선행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므로 결국 이 투자가 상권을 심화ㆍ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타운과 인접한 강남역 3, 4번 출구 쪽의 변화가 예상된다. 강남역 지하철 3번 출구 앞은 경희대 등 지방캠퍼스를 둔 10여 개 대학의 학교버스 출발지여서 20대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는 30∼40대 삼성맨을 겨냥한 고급화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역 일대에서는 이미 상가ㆍ오피스 수요가 불붙었다. 오피스텔 시장도 되살아났다. 소형 오피스텔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물 품귀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삼성타운과 가까운 지역의 주택시장은 수요 기반이 넓어져 하락장세 속에서도 하방 경직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에셋부동산 관계자는 “오피스텔값이 2∼3년 전 평당 700만∼900만원에서 1100만∼1200만원으로 올랐고, 한때 공급 과잉이었던 원룸은 이제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대기업 강남 이전 가속화=삼성이 빠져나가는 시청 앞 태평로나 분당은 충격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입지가 좋은 곳이어서 다른 기업들로 금방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떠나는 태평로 본사에는 삼성카드 등의 입주가 검토되고 있다. 게다가 삼성본관 근처 서소문 일대는 재개발로 오피스 빌딩과 주상복합 빌딩이 속속 들어서 인구가 유입되는 추세다.

다만 한국의 대표기업이 강남으로 이전했다는 점에서 다른 대기업의 강남 이전을 촉진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삼성타운 부근에 더 넓은 땅을 보유한 롯데그룹만 해도 본사를 이전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초구 측이 롯데 본사 유치에 적극적인 데다 롯데칠성의 물류창고 역시 구로구에 부지를 확보, 이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가 서초로 지구단위 재정비를 추진하면서 지주들에게 의견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롯데 측은 이 부지에 주상복합과 판매시설 등을 신축하는 내용의 개발 구상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부지에 주상복합을 지으려면 현재 주거지역으로 묶인 용도를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난관을 뚫어야 한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강남권에는 집적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발생해 거꾸로 강남을 떠나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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