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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중학교 가면 특목고 진학 유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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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04면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옆 중계 6단지에는 요즘 ‘아파트 학원’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은행사거리 일대에 학원을 내고 싶어도 사무실을 구하기 힘들다 보니 아파트를 개조해 소규모 그룹 과외를 하는 것이다. 노원구청 김재원 공보주임은 “중계 6단지 600여 가구 중에서 10% 정도가 이런 학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은 대원외고, 목동은 명덕외고, 중계동은 대일외고 많이 보내

‘강북의 대치동’으로 알려져 있는 중계동 일대는 서울 동북부의 특목고 ‘벨트’다. 은행사거리 동서 100m, 남북 200m 안에 300여 개의 학원이 밀집해 있다. 노원구 전체 학원(500여 개)의 절반 이상이 이 좁은 공간에 몰려 있다. 이 벨트에는 서울 도봉구·중랑구·동대문구 등뿐만 아니라 경기도 남양주·의정부·양주·퇴계원·구리·동두천 등 12개 자치단체 학생들이 몰려온다. 하루 유동인구는 8만 명, 한 달 학원비만 최소 16억여원이다.

중계동 벨트의 흡인력은 외국어고 진학 실적에서 비롯된다. 목동의 월촌중학교처럼 눈에 띄는 학교는 없지만 노원구·도봉구·중랑구의 16개 중학교가 서울지역 외국어고 진학률 상위 45위 안에 든다. 이들이 주로 가는 데는 대일외고와 서울외고다. 대일외고는 2005~2007학년도 입시에서 매년 14~17명을 서울대에 보냈다. 서울외고는 5~10명가량 꾸준히 서울대 합격자를 내고 있다.

중계동의 장점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이나 양천구 목동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시·도에서 서울의 특목고 벨트로 진입하려는 사람이 선호한다. 중계 1동에는 지난 1~2월 하루 평균 13가구(노원구 평균은 7~8가구)가 전입했다.
뭐니 뭐니 해도 특목고 벨트 1번지는 대치동이다. 중심에는 원조 외국어고 격인 대원외고가 있다. 대원외고는 2005~2007학년도에 서울대에 178명을 보냈다. 예고를 제외하면 전국 최고다. 현재 사법연수원에 재직하고 있는 1976명 중 대원외고 출신자는 98명으로 단일 학교로는 가장 많다. 2007학년도 입시에서 대원외고 진학률 1~3위 학교는 대청중(20명)·대명중(9명)·구룡중학교(7명)다. 이 세 중학교가 바로 대치동 벨트에 있다. 대청중에는 대치초등학교 졸업자가 우선적으로 배정된다. 그래서 4~5학년 때 일찌감치 이 학교로 전학하는 학생이 줄을 선다. 대치초등-대청중-대원외고-서울대로 이어지는 라인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치동 벨트의 또 다른 힘은 원조 특목고 학원들이다. 요즘 성업 중인 특목고 전문학원들은 대부분 대치동에서 출발했다고 보면 된다. 학부모 최모(44)씨는 “과목별로 5개 이상의 유명 학원들이 포진해 있어 고르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특목고 진학 실적 면에서는 양천구 목동 벨트를 따라갈 데가 없다. 그 중심에는 명덕외고가 있다. 이 학교는 대원외고 다음으로 서울대 진학 실적이 높다. 목동 벨트의 신서중(27명)·목일중(22명)·월촌중(21명)·신목중학교(20명)가 명덕외고 진학률 1~4위를 휩쓸었다. 목동 벨트는 특목고 전문학원들의 새로운 전장(戰場)이다. 목동에서 뿌리내리지 못하면 이 바닥을 떠나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목동 벨트는 관악·구로구, 광명·시흥시 등을 아우른다. 서울 신림동 인헌중학교 이모(14)양은 방과 후 매일 왕복 1시간 반 걸려 목동으로 간다. 이양은 “우리 학원에서 푸는 문제를 우리 학교 학생들은 접하지도 못할 것”이라며 “새벽에 학원에서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겁지만 가끔은 목동학원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우월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초·송파 벨트는 대치동이나 목동 등에 비해 후발 주자다. 2007학년도 입시에서 한영외고에 송파구의 송파중·가원중, 서초구의 서일중이 각각 8명, 9명, 8명을 보냈다. 이 두 벨트에는 다른 데처럼 특목고 전문학원들이 밀집한 데가 없고 한두 개의 종합학원이 주도한다. 외국어고 진학률이 높은 중학교도 자주 바뀐다. 송파 벨트는 1990년대 중·후반에는 아주중·정신여중이 한영외고에 강세를 보였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오륜중·가원중·송파중이 치고 나왔다. 서초 벨트에서는 서일중·경원중·세화여중 등이 대원외고·한영외고 진학 실적이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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