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문 중심에 ‘關係學’이 선다 - 참석 교수 토론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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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07면

미래학문 중심에 ‘關係學’이 선다 - 참석 교수 토론 요지

중앙 SUNDAY와 함께하는 미래 학문·대학 콜로키엄

서유헌 서울대ㆍ의학 뇌과학은 융합학문 표본
“과학은 융합 학문의 가장 좋은 예다. 흔히 뇌과학을 생명과학 혹은 의학 분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철학ㆍ심리학ㆍ언어학ㆍ사회학 등 전 분야의 학자가 모여 함께 뇌를 연구하는 것이 뇌과학이다. 뇌가 곧 마음이고, 신체의 모든 활동도 결국 뇌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학문이 힘을 합해야 하는 것이다. 의대는 공대, 자연대와도 활발히 교류한다. 전문가 그룹에서 이런 융합 움직임이 먼저 이뤄진 다음 학생들에게까지 확산해야 한다. 통합적인 교육을 하는 것은 결국 각 전문가다.”

이덕환 서강대ㆍ화학 대학사회 경직성이 문제
“대학사회가 경직된 것이 문제다. 유연성이 있다면 굳이 융합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도 (학제 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융합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모든 게 다 중요하다는 식이 된다. 지금의 고교 과정처럼 학생들에게 모든 걸 다 배우는 만능인이 될 것을 요구할 우려가 있다. 또 현재 우리나라의 응용 연구 수준은 아직 융합을 필요로 하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로봇과학은 기계ㆍ전자 공학 연구만으로도 버겁다. 여기에 인문학ㆍ사회학까지 합치면 방향을 잃을 것이다.”

오세정 서울대ㆍ물리학 大발견 토대는 융합ㆍ상상력
“물리학의 커다란 발견은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한 단계 뛰어넘는 사고를 했을 때 나온다. 이런 융합의 필요성을 깨닫는 데 나는 20년이 걸렸다. 현재 대학, 특히 이공계에서는 전공 지식을 얻는 데 치중하고 있어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늘 논의한 고차원적 수준의 융합 교육이 과연 누구에게나 필요할까. 대부분의 학생은 졸업 후 취업을 한다. 로봇을 만들 때 사회학자와 교감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학자가 될 사람과 취업할 사람의 교육 목표를 다르게 잡아야 할 것 같다.”

김형준 서울대ㆍ재료공학 대학원서 융합교육 바람직
“요즘의 휴대전화는 융합의 대표적인 예다. 하나의 기계 안에 카메라ㆍ전화기ㆍMP3 플레이어의 기능이 다 들어 있다. 그런데 단순히 기능이 합쳐졌을 뿐 카메라나 MP3 플레이어로서의 성능이 별로라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한 분야 한 분야에 특출한 다음에야 융합을 했을 때 효과가 있는 것이다. 잘못하면 이도저도 다 제대로 못하는 제너럴리스트를 양산할 수 있다. 따라서 학부에서는 오히려 각 전공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학원 단계에서 융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민경찬 연세대ㆍ수학 비빔밥 같은 융합 논의 필요
“비빔밥을 예로 들어 융합에 관해 말하고 싶다. 비빔밥이 맛있으려면 들어가는 재료 하나하나를 잘 만들어야 한다. 각 재료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또 숟가락으로 비벼야 할지, 젓가락으로 비벼야 할지, 고추장은 언제 얼마나 넣어야 할지 등도 중요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비빔밥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융합에 대한 논의도 획일적으로 하지 말고 각 학문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를 유연한 사고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을 위한 융합의 개념도 정립했으면 한다.”

김춘미 예술종합학교ㆍ음악학 과학+예술 융합교육 새 모델
“이스라엘의 ‘과학&예술 아카데미’라는 고교 과정 교육기관에 가봤다. 그곳은 벌써 융합 교육을 하고 있다. 생물ㆍ물리 등 기존의 교과목 명칭은 아예 없다. ‘○○문제 해결하기’ ‘XX 활동하기’로 이름지어 여러 학문을 뒤섞어 가르친다.

모든 학생은 작곡을 필수로 배우고, 인문학은 ‘창조적 글쓰기’라는 이름 아래 통합돼 있었다. 교사들은 제도권 교육을 받았지만 각자의 전공에 따라 역할을 분담해 공동으로 한 과정을 가르친다. 새 학문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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