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든 ‘자전거의 롤스로이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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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31면

요즘 한강 둔치를 지나다 보면 자주 눈에 띄는 풍경,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다. 부쩍 늘어난 자전거 동호인의 숫자는 웰빙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아닐까. 자전거 가운데 거의 모든 지형에서 탈 수 있는 산악자전거(MTB)의 인기가 높다.

윤광준의 생활 명품 이야기-산악자전거 ‘STORCK사 오르가닉 카본’

나 역시 MTB 동호인이다. 5년 이상의 경력을 통해 자전거로 여러 곳을 다녀보았다. 도마령을 넘으며 체력을 키웠고 제주 중산간 도로의 풍경을 통해 감성의 날을 세웠다. 몽골 초원에선 늑대를 만나 자칫 죽을 뻔하기도 했다. 자전거 안장에서 바라본 세상은 스스로 밀어내는 만큼 보이는 농축된 아름다움이었다.

자전거를 타는 일은 스치는 바람을 공명하고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쾌감의 의식이다.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나아가고 멈추면 쓰러진다. 오르막의 고통 뒤엔 저절로 내려가는 하강의 환희가 있다. 의식과 체력의 조절은 조화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일러준다. 자전거는 나의 스승이다.

MTB에 빠지면 자전거 업그레이드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능력이 다르듯 자전거 또한 높은 경지의 물건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타본 MTB 가운데 감히 최고라 할 수 있는 독일 STORCK사의 ‘오르가닉 카본(Organic Carbon)’이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소재 가운데 가장 가볍고 강성 높은 카본 파이버 프레임으로 만들어져 있다.

F-1 레이스 머신에 쓰였던 카본 재질의 우수성을 자전거에 도입한 STORCK사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 인근에 있는 키엘의 THM이란 카본 파이버 제작사에 의뢰해 만든 수제 자전거. ‘오르가닉 카본’은 자전거의 롤스로이스다. 가볍고 안정적이며 같은 힘으로 더 쉽게 자전거를 굴려준다.

단순해 보이는 자전거의 각 부분은 첨단기술로 무장한 비법들이 가득 담겨 있다. 한 번 타보면 좋은 자전거가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자전거 하나만을 위해 연구하고 정성을 쏟은 인간의 흔적이다. 기술의 진보가 어떻게 인간을 이롭게 하는지 STORCK은 잘 보여준다.

‘오르가닉 카본’을 타고 산속을 질주한다. 평소 힘에 부치던 코스가 너무 쉽게 극복된다. 마치 다리 힘이 몇 배나 커진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불안하지 않다. 거친 길은 부드럽고 충격은 엉덩이 밑에서 소멸되고 있다. 도구의 변화로 인해 달라진 효과는 가히 충격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오르가닉 카본’을 알게 된 것은 불행이다. 나의 자전거가 초라하게 느껴진 탓이다. 그 산뜻한 감촉과 부드러움을 내 자전거로는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다행이다. 목표가 생겼으므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으므로. 최고의 물건은 그것을 지닐 수 있는 자격의 사람에게서만 빛을 발한다.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 당위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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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씨는 사진가이자 오디오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체험과 취향에 관한 지식을 새로운 스타일의 예술 에세이로 바꿔 이름난 명품 마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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