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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주식값 23%↓ 이유있는 하락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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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19면

시장(市場)은 삼성전자의 위기론을 어떻게 볼까. 일단 시장에서 위기를 진단하는 청진기는 주가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초 74만원대에서 지금은 5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1년간 23%나 밀렸고 시가총액이 20조원 가까이 날아갔다. 같은 기간에 종합주가지수는 11% 올랐으니 시장의 대세를 크게 벗어난 셈이다.

시장이 보는 삼성전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위기론의 뿌리를 삼성전자의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환율 하락이라는 이중고에서 찾았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2000년대 초까진 메모리 반도체로, 다음엔 휴대전화로 글로벌 시장에서 배불리 이익을 늘렸지만 지금은 모두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는 분야가 됐고 액정표시장치(LCD)는 주기적 경기 사이클을 피할 수 없는 제품”이라고 했다. 과거 반도체ㆍ휴대전화ㆍ디지털가전으로 나뉜 사업구조는 한쪽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다른 쪽이 그것을 절묘하게 보완하면서 ‘황금분할’이라는 호칭까지 얻었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장치산업에 힘이 쏠려 있다는 것도 약점이다. 한국증권 민후식 연구위원은 “반도체ㆍLCD처럼 자금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사업구조여서 투자 효율성을 유지하는 데 치우치곤 한다”며 “그러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5%에서 올 1분기에 15%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환율에서 위기론이 왔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일 때와 900원일 때 수익성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후식 위원도 “생산량의 90%를 수출하는 사업구조여서 환율 위험에 100% 노출된 게 큰 약점”이라고 했다.

문제는 환율이 삼성전자의 통제권을 벗어난 외생 변수라는 점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할수록 환율도 내려가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경영진의 리더십 문제도 거론했다. 삼성전자도 위기론이 불거질 것을 잘 알고 몇 년 전부터 5~6년 뒤의 먹거리를 찾는다며 신수종(新樹種)산업 발굴에 나섰지만 특별하게 사업구조가 바뀌거나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김광호 부회장을 거쳐 윤종용 부회장 체제가 꽤 오래됐다”며 “그동안 삼성전자가 한 단계 레벨업됐고 환경과 경쟁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은 새 역량을 가진 분이 끌어오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자사주 매입도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는 전체 지분의 14%에 이른다. 자사주 매입에 들어간 돈이 무려 10조원에 육박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보험치고는 너무 큰 규모다. 그만큼 자산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미래를 위한 투자재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재무통과 IR(주주관리 업무) 담당자들이 회사를 너무 좌지우지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중환자실에 실려갈 정도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민후식 위원은 “위기론이 불거졌는데 치유할 수 있는 위기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며 “위기 요인이 있는 건 맞지만 주가가 40만원대로 추락할 정도의 심각한 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골드먼삭스 한승훈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이익의 30%를 해외법인에서 올린다”며 “해외법인의 증가하는 이익을 감안해야 하는데 잘하는 부분은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 연구원은 “뛰어난 기술력과 맨파워를 봤을 때 삼성전자도 결국 대안을 찾게 될 것”이라며 “필립스가 반도체ㆍLCD에서 헬스케어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처럼 성장 가능성이 큰 소비재 부문을 노려 정보기술(IT) 역량을 바이오ㆍ에너지 등으로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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