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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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가족과 함께 주말이나 일상에서 벗어나 보려하지만 교통체증으로 몸만 피곤해지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집에 머물러있어도 별로 뽀족할게 없을 때가 많다.
이럴 때 가족과 함께 조금 일찍 쇼핑을 겸한 나들이에 나서 보자.
경기도 이천은 유명하지도, 높지도 않은 야트막한 산들, 산밑에는 여기저기 논자락이 깔려있는 평범한 풍경이지만 서울을 들르는 일본관광객들은 이천을 거치는게 필수코스로 돼있다.
서울 주변에선 가장 한국적인 농촌풍경을 간직하고 있으며 도자기마을로 일본에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2일과 7일에 맞춰 이천에 들르면 아직도 남아있는 고유의 5일장을 둘러볼 수도 있다.
서울에서 넉넉잡고 한시간 반쯤이면 도착할 수 있어 부담스런 거리도 아니다.
◇도자기 쇼핑=우선 신둔지서 옆 골목으로 들어가 해강도자기 미술관부터 보는게 좋다(어른요금 1천원). 가족들과 손을 잡고 옛 도자기와 인간문화재 해강 유근형옹이 만든 작품을 통해 「도자기와 청자가 과연 무엇인가」를 대충 훑어볼 수 있다 .
세계 최고의 작품인 만큼 보통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대여서 쇼핑은 힘들다.
국도 옆에 불어있는 지순탁요·광주요·한국도요 등은 청자·백자·분청사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으며 도자기도 욕심 낼 경우 살 수 있는 수준.
생활용품용 도자기를 사려면 주변 15개 도요에서 구워낸 청자·백자·분청사기를 한곳에서 파는 민속도예촌에 가는게 좋다.
한 개에 5백원 하는 수저받침용 청자에서부터 3천∼5천원짜리 백자화병·화분과 수만원대의 대형자기 등 다양한 가격의 다양한 도자기가 서울보다 30%정도 싸다(현지상인들 주장). 상인들은 『주고객인 일본관광객이 경제불황으로 쇼핑을 덜해 도자기 값이 다소 떨어진 편이어서 도자기쇼핑에는 요즘이 적당한 때』라고 귀띔한다.
◇5일장=2, 7일에 맞춰 이전에 들르면 사라져가는 5일장의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이천에서 나오는 특산품은 예전 궁중에 진상한 자채쌀과 게걸무.
자채쌀은 일반미보다 맛이 떨어지지만 위장에 좋다고 한다. 최근에는 거의 재배를 안해 대형곡물상보다는 잡곡상에 가야 구할 수 있다.
게걸무는 고추밭에 심은 무로 겨자처럼 맵고 속이 단단하고 질겨 씁쓰레한 특유의 맛이 난다.
시장에서 흥정하며 사는 것도 맛이지만 이런 특산물을 안심하고 사려면 시장보다는 공설운동장 1층에 있는 농어민후계자 직판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서울보다 5∼10% 싼 편).
◇관광=등산을 즐기려면 이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설봉산과 도드람산에 오를 수 있다.
높이는 각각 2백m가 조금 넘지만 산길은 아기자기하게 가파르고 산중턱에는 영월암과 영보사 등 사찰도 하나씩 안고있으며 꼭대기에서는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왕복소요시간 약 3시간).
낚시터로 설봉산 밑에 잉어로 유명한 설봉저수지가 있고 샘물은 도드람산의 영보사 뒤편 바위사이에서 솟는 석간수가 일품이다.
넉넉잡고 하루 묵으려면 알칼리성 온천이 솟는 설봉온천관광호텔과 미란다호텔이 시내에 있다.
◇교통=서울주민의 경우 이천을 들르려면 조금 서둘러 일요일 아침 8시쯤에 떠나는게 좋다. 올림픽대로에서 중부고속도로로 접어들어 25㎞지점에서 마주치는 곤지암인터체인지에서 우회전하면 곧바로 3번 국도를 만난다(게이트 요금은 9백원).
국도를 따라 15㎞쯤 가면 길옆으로 도자기 마을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5㎞쯤 더 가면 이천시내에 들어선다.
단조로운 고속도로가 싫다면 성남을 지나 3번 국도를 계속 따라가도 마찬가지로 이천에 접어들 수 있다.
돌아올 때는 오후 4시 전이면 중부고속도로가 좋지만 그 이후면 차라리 3번 국도를 타고 곧장 성남을 거처 들어오는게 훨씬 빠르다.
버스편은 동서울터미널에서 10분마다 떠나는 이천행 직행(고속도로 1시간)이나 완행(국도 1시간30분)이 있고 요금은 1천5백30원으로 같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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