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 저지할 능력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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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 간에 '제3차 국.공 합작'이 순항 중이다. 주역은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명예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다. 롄 주석은 2005년 후 주석의 초청으로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사실상 '제3차 국.공 합작'이라고 볼 수 있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경제.무역.문화 논단'을 매년 개최키로 합의했다. 롄 주석은 24일 300여 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세 번째로 중국을 찾았다.

양안 논단을 제3차 국.공 합작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공동의 적으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대만 독립'을 설정한 점이다. 둘째는 양당 간 우호가 '형제당 못지않다'는 대목이다.

◆ 양당, '대만 독립 반대'에 힘 모으기로=후 주석은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논단 개막식에 참석해 "양안 동포는 '타이두(臺獨:대만독립) 사변'을 제지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주석도 "우리(공산당과 국민당)에겐 '타이두 사변'을 깰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롄 주석은 "대만 정부의 정책 실패로 경제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며 "이런 사태가 계속될 경우 대만의 경쟁력과 국민 복지가 사라짐은 물론 대만이 국제적으로도 매우 불확실한 지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공산당, 국민당 대접 극진=롄 주석이 모친 자오란쿤(趙蘭昆.99) 여사의 가족묘를 참배하기 위해 24일 선양(瀋陽)에 도착했을 때 후 주석을 이을 차세대 지도자 중 한 명인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 성 서기가 그를 직접 영접했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묘지는 정부 주도로 깔끔하게 손질돼 롄 주석을 감격하게 했다.

이 뿐만 아니다. 롄 주석은 27일 자칭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28일에는 후 주석과 차례로 회담했다. 후 주석은 국가 최고 지도자이고, 자 주석은 대만 관계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다. 후 주석은 28일 인민대회당을 찾아 300여 명의 대만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한 뒤 기념 촬영을 했다.

◆ 3차 합작은 이해 타산의 결과=양안 관계 전문가들은 "내년 3월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가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양당이 민진당의 재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내년 총통 선거 때까지는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겠지만, 그 뒤로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1924~27년 1차 합작 때는 군벌 세력과 제국주의에 대한 대항이, 37년 2차 합작에는 일본 축출이 명분이 됐다. 이번 3차 합작의 경우는 대만 독립이다. 두 정당의 공통된 지향점이 중국 통일이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아직도 과거 대륙 시절 정부가 있던 난징(南京)을 수도로 치고, 타이베이(臺北)는 임시 수도로 여긴다.

국민당이 집권당은 아니지만 국민당과의 협상을 통해 집권 민진당에 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점도 공산당이 국민당을 중시하는 이유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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