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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회는 횟수보다 연주의 질이 더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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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5월 2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리는 피아니스트 임동민(27.사진)씨의 공연은 이번이 세 번째 독주회다. 열여섯 살 때 국제 청소년 쇼팽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쇼팽.비오티.부조니 등 국제 콩쿠르에 이름을 올린 정상의 연주자 치고는 적은 횟수다. 동생 동혁(23)씨가 한국에서만 8번 독주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적다.

임씨는 음악에 있어 까다롭고 자신에게 엄격한 연주자로 소문나 있다. 뉴욕에 머물고 있는 임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완벽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낙천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독주회를 자주 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독주회는 연주자의 실력이 오롯이 드러나기 때문에 더욱 신경쓰인다"며 "횟수보다 연주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지난달 통영 국제음악제의 독주회에서 쇼팽의 스케르초 4개 전곡을 연주하게 돼 있었다. 1번을 연주한 임씨는 예고 없이 3번으로 넘어갔다. 통영 음악제 공연 중 그의 티켓을 가장 먼저 매진시킨 청중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그가 2번을 건너뛴 이유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컨디션이 안 좋았다"는 풍문만 있었을 뿐. 임씨는 이에 대해 "2번 치는 걸 잊어버렸어요"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불완전한 연주를 꺼리는 그의 예민한 성품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통영 연주에서는 소리가 더욱 부드러워지고 음악적으로 성숙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 깐깐한 연주자가 이번에 고른 프로그램은 슈베르트의 4개 즉흥곡과 리스트의 스페인 랩소디, 쇼팽의 스케르초다. 그는 "지금 있는 뉴욕 집의 방음 문제로 대부분 학교에 가서 연습해야 한다"며 "맘껏 연습할 수 없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뉴욕 매네스 음대에 다니고 있는 임씨는 교수 없이 혼자 공부한다. "리처드 구드 교수에게 배우기 위해 매네스로 갔는데 구드가 더 이상 학생을 받지 않더라"는 것. 때문에 프로그램 선정부터 연주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까지 모두 혼자 해결한다. "원래 선생님께 크게 의존하는 편은 아니었어요"라는 임씨는 11월 다시 내한해 베토벤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이번에도 역시 "베토벤도, 라흐마니노프도 나에게 어려운 스타일"이라며 음악을 만만하게 보지 않는 자세를 보여줬다.

건반을 떠나면 여느 20대와 똑같다. "제가 어려서부터 피아노만 쳤잖아요. 요즘에는 만화책도 보고 그래요." 임씨는 만화 '드래곤볼'을 읽고 한국 드라마 '천국의 계단','주몽'도 찾아서 본다. 친구들과 술집에 다니고 오전 1~2시가 돼야 잠에 드는 것도 영락없는 20대 청년이다. 그가 까다로워질 때는 오로지 피아노 앞에서다. 산고 끝에 한음 한음 다듬어 올릴 독주회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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